주인 못 찾은 일자리만 1만개
지역경제 손실규모 76억유로
[ 허란 기자 ] 독일 남부 소도시 아이히슈테트가 완전고용을 달성해 유럽에서 ‘꿈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젊은 대학생들은 취업 걱정이 없지만 제조업체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제품 생산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이히슈테트를 비롯한 독일 일부 도시가 경기 호황으로 실업자가 줄면서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독일의 실업률은 5.4%로 통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DZ은행이 최근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의 3분의 1이 근로자 부족으로 납품계약을 포기했으며, 두 곳 중 한 곳은 숙련 근로자가 부족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아이히슈테트는 10월 실업률이 1.3%로 독일 내 최저 수준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인근 잉골슈타트 산업단지의 고용이 증가한 가운데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늘어서다.
아이히슈테트에 있는 제조업체들은 심각한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폐수처리기술업체 케셀(Kessel)의 알렉산더 케셀 이사는 “숙련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생산을 늘릴 수 없다”며 “제조업 구인난이 지역,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동차업체 아우디 공장이 있는 잉골슈타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는 1만 명가량의 근로자가 부족하며, 이로 인한 지역 경제 손실 규모가 76억유로(약 9조85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소 제조업체와 전통산업체의 구인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체 기가트로닉의 루돌프 에베를 인사담당 대표는 “지금은 구직자가 있으면 무조건 채용부터 하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 인력 부족으로 제조업 강국 독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 프로고노스는 2030년까지 독일 기업들이 300만 명의 숙련 인력 부족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2040년에는 33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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