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철도와 다리에 발목잡힌 일본의 '안전 신화'

입력 2017-11-20 07:55   수정 2017-11-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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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포항에서 또다시 여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에서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내진설계가 안된 30년 이상 된 낡은 건물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사회도 한국과 성격은 다르지만 낡은 사회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바로 100년 가까이 된 낡은 철도와 다리에 대한 안전우려가 불거진 것입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다이쇼시대(大正時代·1912~1926년)에 지어져서 현재도 사용되는 교각과 철도가 1만여 개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100년 가까이 된 사회 인프라 시설들이 일본 ‘안전 신화’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달 일본을 강타한 21호 태풍은 이런 걱정을 현실화했습니다. 오사카 인근 하천에 있던 ’오노사토가와 교각‘이라는 철도다리가 파손된 것입니다. 난카이철도 난카이본선이 지나는 철도교량이 뒤틀리고, 교각 군데군데가 움푹 파였습니다. 강이 범람하면서 다리의 하부가 하천에 의해 침식되면서 기운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합니다. 사고 당시 기차가 급정지하면서 승객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파손된 다리는 1918년에 완공이 됐다고 합니다. 100년 가까이 된 낡은 다리입니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이 다리에 대한 보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교토신문에 따르면 벽돌로 만들어진 이 교각은 2년마다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돼 있는데 올 6월 실시한 점검에서 ‘안전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낡은 시설과 소홀한 안전검검이란 인재가 겹친 사건으로 일본 언론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100년 가까이 된 1만여 개 사회 인프라에 대한 재점검을 촉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일본이나 한국 사회나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한편으론 한국은 30년 된 낡은 건물을 걱정하는데 반해 일본은 100년 된 건물을 걱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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