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4대 IT기업은 'STAT'이라 불러요
[ 임현우 기자 ] 경제계에서는 그때그때 주목받는 나라와 기업들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가 종종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브릭스(BRICs)’와 ‘피그스(PIIGS)’를 들 수 있다. 전자는 2000년대 들어 경제가 급성장한 신흥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가리킨다. 후자는 2010년대 초반 재정위기를 맞아 휘청거린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을 돼지(pig)에 빗대 표현한 말이다.
요즘 증시에서는 미국의 잘나가는 정보기술(IT)업체 네 곳을 뜻하는 ‘팡(FANG)’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2015년 CNBC 방송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가 유행시켰는데, 기술기업이 많이 상장된 나스닥시장을 대표하는 IT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는 만큼 한국인에게도 친숙하다.
이들 기업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52% 뛰었다. 넷플릭스 역시 순이익이 152% 급증하는 등 순항 중이다. 간혹 ‘거품 논란’에 휘말려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기도 하지만 FANG 기업의 실적 호조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만큼 IT 기술주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뜨겁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FANG이 있다면 아시아에는 ‘스탯(STAT)’이 있다. 스탯은 아시아의 대표 IT 기업으로 꼽히는 한국 삼성전자(Samsung), 중국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를 가리킨다. 영국 투자회사 세븐인베스트먼트는 올 6월 보고서에서 스탯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지칭하며 “미국의 대형 IT 기업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에 비해 신기술을 빠르게 채택하는 아시아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의 전체 경제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높기 때문에 잠재력이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증시에서는 수년간의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소프트뱅크(Softbank) 닌텐도(Nintendo) 리크루트(Recruit) 소니(Sony)를 묶어 ‘SNRS’라고 부른다. FANG부터 STAT, SNRS까지…. 이런저런 신조어가 화려하게 등장하고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모습에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금주의 시사용어-FANG
미국 정보기술(IT)업계를 대표하는 유명 기업 네 곳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가리킨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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