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동서발전 회사채 발행, 일반기업보다 더 투명했다

입력 2017-11-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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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3300억 성공적 발행

블라인드로 주관증권사 선정
금리왜곡 차단 … 흥행도 성공

발전사, 과거엔 어땠길래

슬그머니 저금리입찰로 회귀
증권사에 갑질·유착 의혹 빈발



[ 이태호 기자 ] 한국동서발전의 회사채 발행이 투자은행(IB)업계에서 화제다. 블라인드(익명) 입찰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발행업무 일체를 위임하는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로선 이례적으로 투명한 절차를 따르고 있어서다. 발행금리 왜곡과 증권사에 대한 ‘갑(甲)질’ 의혹 등 발전자회사에 쌓인 부정적 선입견을 깨뜨리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지난 4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총 3300억원어치 회사채 금리를 모두 수요예측 방식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이란 주관사(증권사)가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을 수집(book building)한 뒤 기업과 투자자 양쪽이 만족할 만한 최적의 조건(물량, 금리 등)을 결정하는 절차다.

동서발전을 포함한 한전 발전자회사 5곳은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의무화’ 직후 일시적으로 수요예측 절차를 따르다가 예외조항을 활용해 스스로 금리를 결정하는 옛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증권사들에 ‘인수가능 금액과 금리를 적은 제안서를 팩스나 이메일로 제출하라’고 통보하는 단순 경쟁입찰 발행이다.

국내 비금융 기업 중엔 거의 유일하게 발전자회사만 사용하는 이 방식은 매번 ‘금리를 얼마로 써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을(乙) 증권사와 ‘이를 은밀히 알려줄 수 있는’ 갑(甲) 발행사 간 유착 의혹을 낳고 있다. 실질 수요와 무관한 저(低)금리 제안 경쟁 탓에 발행금리 왜곡 사례도 잦은 편이다.

논란을 인식한 동서발전은 올해부터 일반기업보다 더 투명하고 엄격한 절차를 따르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 이름을 비운 제안서를 접수해 주관사를 선정한 뒤 발행 규모와 조건을 협의해 수요예측에 나서는 방식이다.

기관들도 긍정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행한 회사채 수요예측 땐 1200억원어치 모집에 2100억원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발행금리도 연 2.56%(5년물 기준)로 예상(평가금리)보다 0.07%포인트나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친화적 발행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다른 발전자회사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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