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동욱 기자 ]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에서 배터리 발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삼성의 휴대폰사업이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노트7 출시 두 달여 만에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내놓고 제품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해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었다. 8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2위 에어백 제조업체인 일본의 다카타는 지난 6월 에어백 품질 불량에 따른 대규모 리콜·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쿄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제품 불량은 2004년부터 제기됐지만 회사 측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 1, 2위 대기업도 단 한 개 제품이나 부품에서 생긴 품질 불량으로 생존의 위기를 맞는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이 품질 혁신과 고객 안전을 최우선 경영 가치로 내세우는 이유다. 자동차나 선박처럼 고객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제품은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상품 기획과 개발,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품질을 혁신하고 제품 불량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을 계기로 올 3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글로벌품질혁신실을 신설했다. 기존에 있던 글로벌기술센터와 글로벌CS(Customer Satisfaction·고객 만족)센터를 사장급 조직으로 통합·확대 개편했다. 국내외 완제품(세트) 부문 생산법인의 공정 및 품질 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런 노력 등으로 올해 삼성전자의 휴대폰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실적은 2013년 이후 약 4년 만에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품질 고급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동차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으로 2015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시장에 내놨다. 제네시스는 고급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선정하는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전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선 1위다. “품질만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현대차 경영 철학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는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과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품질 혁신으로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투자 사례다. SK하이닉스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투자에 반도체 투자와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쫓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엔 낸드플래시의 원조 회사인 일본의 도시바메모리 경영권을 인수하는 한·미·일 연합에 전체 인수자금(2조엔)의 약 20%인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LG전자는 혁신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로봇산업이 대표적이다. LG전자가 올해 공개한 가정용 허브로봇은 사용자의 음성과 행동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집안의 가전, 정보기술(IT) 제품, 미니 로봇 등과도 연결돼 사용자 지시를 수행한다. LG전자가 만든 안내로봇은 인천공항공사에서 안내와 청소 역할을 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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