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금액 상향뿐 아니라 근본적 개정 필요하다

입력 2017-11-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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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음식물(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 상한선을 올릴 뜻을 내비쳤다. 그제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 “정부는 농·수·축산물 예외 적용에 관한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 중으로 늦어도 설 대목에는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선물 상한액을 농·수·축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높이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어민들의 매출 감소 호소 등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음식물 제공 한도 역시 높이자는 견해, 2차 가공품 선물 상한선도 올리자는 의견, 농·수·축산물 선물 한도를 10만원보다 더 높이자는 주장 등 정부 여당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 조정 범위는 다소 유동적이다.

수많은 논란 속에 시행 1년을 맞은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릇된 청탁 관행과 풍습이 상당히 줄었다는 데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 조사 결과 85.4%가 이 법에 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법리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막기 위한 법에 민간인을 포함시킨 것부터 그렇다. ‘직무 관련성’ 등을 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모호성, 지식의 가치를 법으로 통제한 것 등도 문제다.

그런데 법 개정 논의가 정작 이런 핵심적 내용은 빼고 주로 처벌 예외를 정한 ‘3·5·10’의 금액과 대상 조정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시행령에 있는 이 조항은 직무수행 필요성이나 관례를 감안해 부득이 예외로 둔 것일 뿐이다. ‘김영란법’의 기본 취지는 금액 여하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게 하면 처벌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본말이 전도된 개정 논의는 계속 예외를 낳고 결국 법은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다. 본래의 법 정신에 입각한 제대로 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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