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기재부, 통화스와프 '브로맨스'

입력 2017-11-20 18:24   수정 2017-11-21 08:49



(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이 지난 16일 이례적으로 캐나다와 무(無)한도·무기한 상설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이후 다양한 뒷얘기들이 흘러나오면서 금융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협의를 시작한 지 반 년이 넘도록 관련 정보가 외부로 전혀 새나가지 않도록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철통 보안’을 지키는데 성공한 것 뿐만 아니라 두 기관의 ‘내밀한 공조’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통화스와프 체결을 두고선 통상 기재부와 한은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왔던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체결의 공(功)을 두고서 말입니다. 한 때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 정도가 아니라 통화스와프 체결 주체와 기여도를 놓고 대놓고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10월 한국·미국 통화스와프 체결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체결 공식 발표가 있기 전 기재부가 관련 내용을 먼저 흘리고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기재부의 공적을 지나치게 강조해 한은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이 이성태 한은 총재에게 사과하기까지 했고요.

2016년엔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한은이 불편해 한 적도 있습니다. 유 전 부총리가 간담회에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는 것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탓입니다. 당시 한은 관계자들은 “협상 대상자가 있는데 (유 부총리가) 대놓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계약 주체만 놓고 보면 통화스와프 체결은 중앙은행의 업무입니다. 통화스와프 계약서는 결국 관련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가 서명을 하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한은만의 업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정책의 일종입니다. 중앙은행만이 아닌,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와의 협조와 협력이 필요한 사안인 이유입니다. 결국 실무는 한은이 맡지만 협상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등은 정부와 한은이 공동으로 수행한다는 얘기죠.

이번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발표 과정에서 한은과 기재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기관 모두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정부와 한은이 합심해 협상의 모든 단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뤄진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연장이 불투명했던 한국·중국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공을 돌리는 듯한 모습도 연출했거든요.

이처럼 기재부와 한은이 ‘돈독한 우애’를 보이고 있는 것은 김 부총리와 이 총재의 깊은 친분이 바탕이 됐기 때문으로 경제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딱히 학연이나 지연 등의 연관이 없지만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10년 전부터 친밀한 인연을 나눠오고 있습니다. 김 부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의 재정경제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한은 부총재보였던 이 총재를 ‘업무 상대’로 만났습니다. 각종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그 이후로도 친분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이 총재가 직접 취임을 축하해주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올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때는 예상보다 업무보고가 일찍 끝나자 김 부총리가 이 총재에게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 ‘저녁 번개’가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경제현안간담회 때는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난 후 김 부총리가 당일이 생일이었던 이 총재를 축하하기 위해 깜짝 케이크 파티를 준비했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두텁고 친밀 관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답니다.

단순히 인간적 친밀함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재부와 한은의 우호적인 관계가 지금처럼 경제 정책의 다양한 성과로 이어진다면 금상첨화일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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