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빅브러더'?… 이용자 몰래 위치정보 수집

입력 2017-11-22 17:37  

개인별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을 가능성… 방통위 "조사하겠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GPS 기능' 꺼도 데이터 전송
구글 "서비스 개선 목적"… 위법 확인땐 5년 이하 징역



[ 이승우/이정호 기자 ] 구글이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글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민감한 사생활 정보인 위치정보를 이용자 몰래 수집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에서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구글, 전 세계에서 위치정보 수집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쿼츠는 21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폰이 올해 초부터 사용자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 위치정보를 모아 구글 서버로 자동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쿼츠에 따르면 정보 수집은 사용자가 안드로이드폰의 위치 서비스를 꺼 놓은 상태에서도 이뤄졌다. 구글의 이런 무단 정보수집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행해졌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8% 수준이다.

휴대폰 사용자가 전화를 걸면 가까운 이동통신사 기지국과 연결된다. 구글은 이 기지국 정보(셀 ID 코드)를 수집했다. 기지국 정보를 알면 휴대폰 사용자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각 기지국이 커버하는 범위는 통상 300~500m 수준이다.

구글 측은 쿼츠 보도에 대해 “올해 1월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메시지 수신 속도와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셀 ID 코드를 사용하는 옵션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이 코드는 구글 네트워크 동기화 시스템에 통합되지 않았고 해당 데이터는 도착하는 즉시 폐기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타 시스템에 연동해 (광고와 같은) 다른 용도로 쓴 적도 없다”며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더 이상 셀 ID 코드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글이 말하는 메시지 기능은 안드로이드 OS가 전달하는 업데이트 공지 등의 알림을 뜻한다.

하지만 쿼츠는 “구글이 OS 메시지 기능의 단순 개선을 위해 왜 굳이 기지국 정보를 모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해킹으로 위치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구글이 해당 데이터를 맞춤형 광고에 상업적으로 활용했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위치 데이터를 수집한 것도 문제란 설명이다. 쿼츠는 “공무상 위치가 드러나면 안 되는 공무원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등의 위치정보도 구글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구글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 수익을 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77억7200만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구글 광고 매출이 240억6500만달러로 86.7%를 차지했다. 위치정보는 맞춤형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다.

방통위 “조사하겠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앞서 한국에서 사진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만들면서 와이파이망의 개인 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적발돼 2014년 1월 방통위로부터 2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달에는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미니’ 기기에서 오작동이 발생해 사용자가 주고받는 대화를 무작위로 녹음한 것이 드러나 녹음 기능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승우/이정호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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