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뼈 추정 유골 발견하고도 미수습자 가족 등에 알리지 않아
김현태 수습 부본부장 보직 해임
총리·해수부장관 고개 숙여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께 사과"
야당 "충격적… 대통령이 사과해야"
[ 김형호 기자 ] 세월호에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추가로 발견됐지만 해양수산부가 이를 닷새 동안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즉각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안일한 대응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과 관련해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미수습자의 수습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해수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께 세월호 객실에서 빼낸 물건들을 세척하던 중 사람 뼈로 추정되는 1점의 뼈가 발견됐다. 그러나 유골 수습을 보고받은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은 이 사실을 세월호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본부장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그동안 수색 과정에서 유골이 발견되면 곧바로 선조위와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알려왔다. 유골이 발견된 다음날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은 18일 전남 목포 신항에서 영결식을 한 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과 안산에서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다.
유골 발견 사실은 21일 현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부본부장은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을 찾아가 보고가 지연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유골을 추가로 수습했다’고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22일 이 같은 의혹을 접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김 부본부장을 전격 보직 해임했다. 또 감사관실을 통해 관련 조치가 지연된 부분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 장관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관련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밤 페이스북(사진)에 “세월호 미수습자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뼈가 장례 전날 발견됐으나, 장례가 끝날 때까지 5일 동안 해수부 내부에서 이를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오늘 해수부 장관으로부터 전말을 보고받았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유골 수습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18일 영결식을 치른 것을 감안하며 고의로 은폐하려고 한 것인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은폐 의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며 “국민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국가의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비판하더니, 국가의 도리를 떠나 인간의 도리도 다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에 할 말을 잃었다”며 “세간에서는 유가족들의 요구가 커질까 봐 (유골 발견을) 은폐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소문이 더 증폭되기 전에 빠른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철저히 문책하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는 적폐청산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당국은 즉각 은폐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하며, 법적 위반 소지가 있다면 낱낱이 밝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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