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현장지휘
지각 학생 긴급호송 등
경찰 올해도 비상대기
[ 이현진/박상용 기자 ]
“1주일이 1년 같았습니다.”
우려했던 강한 여진 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 포항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늘이 도왔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규모 2.0 이하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가장 강한 지진은 오전 11시35분51초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난 규모 1.7짜리였다. 2교시 수학시험 종료를 35분가량 남겨둔 때였다. 그러나 진도가 기록되지 않을 정도로 약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고를 대신해 시험장으로 지정된 포항제철중 앞은 오전 7시부터 수험생과 응원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교 주변에는 대형 관광버스 10여 대가 대기했다. 시험을 치르다가 여진 등 사고가 일어나면 즉시 인근 지역에 마련된 예비시험장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다.
제자를 기다리는 교사들은 “중학교 책걸상이 고등학생들 몸에 맞을지…”라고 걱정했다. 허성훈 포항장성고 교사는 “지진으로 놀랐을 텐데도 침착하게 1주일을 준비해줘서 고맙다”며 “고생한 만큼 모두들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실이 끝나고 시험이 시작돼도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교 앞을 떠나지 못했다. 교문 앞에서 울먹이는 사람도 유독 많았다. 우현동에 사는 학부모 이석란 씨는 “고층 아파트라 지진 당시 살림살이가 좀 흔들려서 1주일간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아들을 응원나온 김민영 씨도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아이가 많이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그때 울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선 방송장비가 고장 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호남고는 오후 1시9분께 방송장비가 고장나 영어듣기평가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전북교육청 수능상황실은 필기시험을 먼저 치기로 결정한 뒤 장비를 수리해 무사히 듣기평가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20분간 시험이 순연됐다.
지각 수험생들을 위한 ‘긴급 호송작전’은 올해도 펼쳐졌다. 최근 경기 의정부시로 이사한 한 수험생은 서울 용산 시험장까지 왔다가 수험표를 잊고 나온 걸 알고 도로 집으로 돌아간 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의정부경찰서는 의정부에서 용산까지 42㎞ 거리를 30분 만에 주파해 학생을 시험장에 들여보냈다.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고, 서울고와 서초고, 반포고와 여의도고를 헷갈려 잘못 찾은 학생도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입실했다.
이날 정부는 수능 안전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포항 지역 12개 수능 고사장에는 지진계가 1대씩 설치됐다. 경찰은 이날 1만4706명, 장비 4831대를 투입해 시험장 경비와 수험생 편의 제공에 나섰다. 소방청도 응급구조사를 포함해 소방공무원 2372명을 전국 시험장에 2명씩 배치해 긴급환자 발생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포항=이현진/박상용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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