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362일 문 여는 은행

입력 2017-11-26 17:45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고두현 기자 ] 영국 금융계는 오랫동안 로이즈, 바클레이즈 등 ‘빅 파이브’ 은행에 장악돼 왔다. 이들 은행에 개설된 계좌가 전체의 80%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업무 속도가 느리고 영업시간이 짧아 고객들의 원성이 높았다. 고객 불만 신고가 연간 200만 건에 육박했다.

2010년 문을 연 소매은행 메트로뱅크는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영국 금융권의 새 강자가 됐다. 그해 7월 런던 중심가 홀본에 1호점을 개설한 메트로뱅크는 출범 첫해부터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달엔 시가총액 4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은행의 성공 비결은 뭘까.

첫째는 영업시간 차별화다. 다른 은행보다 빠른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토요일(오전 8시~오후 6시)과 일요일·공휴일(오전 11시~오후 5시)에도 문을 연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부활절만 빼고 1년에 362일 손님을 맞는다. 상담 센터는 24시간 가동한다.

업무 처리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누구나 15분 안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계좌 개설과 동시에 카드를 발급해 줬다. 이 카드 하나면 유럽 전역에서 결제하거나 현금을 인출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했다. 환전 수수료도 없앴다. 운전자가 차에 탄 채 돈을 찾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영국 최초로 도입했다.

또 다른 시도는 ‘강아지 비스킷’이다. 출근 전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다소 엉뚱한 듯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런 혁신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은행 최고경영자는 “기존 은행들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은행권의 영업시간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 아침과 저녁, 주말에 문을 여는 탄력점포가 늘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시범운영 중인 국민은행은 2교대 근무(오전 9시~오후 4시, 낮 12시~오후 7시)와 탄력 근무(오전 10시~오후 5시, 낮 12시~오후 7시) 지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오전 7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브랜치’ 적용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한 시간씩 영업시간을 늦춘 ‘애프터뱅크’와 새벽 상인들을 위한 ‘어얼리뱅크’(오전 7시30분~오후 3시)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변신 노력을 보면서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한다. 《차별화의 천재들》을 쓴 윌리엄 테일러는 “우리가 오랫동안 해 온 방식과 생각, 경영철학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발견하는 지점에서 차별화의 꽃이 피어난다”고 했다. ‘가장 치명적인 적(敵)은 루틴이다. 단순하게 경쟁해서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는 말의 의미도 함께 새기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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