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세력 '세싸움' 가능성도
[ 이상엽 기자 ]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까지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석방되자 법원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판사들이 자칫 ‘勢(세) 싸움’에 휘말리는 건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지난 24일 임 전 실장의 구속적부심사를 한 뒤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을 결정했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지난 22일에도 같은 취지로 김 전 장관을 풀어줬다. 임 전 실장은 상관이던 김 전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자 바로 다음날 본인의 구속영장 심사를 요구했다.
앞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지난 11일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 의해 구속영장이 나란히 발부됐다. 당시 강 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신 부장판사와는 정반대 판단을 했다.
강 판사의 사법연수원 13년 선배인 신 부장판사는 2010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판사로 일했다. 영장판사는 통상 사법부 내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만큼 이들은 법원 내 대표적인 신구 세력으로도 꼽힌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구속영장의 기본적인 전제가 잘못됐다고 바로잡은 것이어서 강 판사 입장에서는 본인의 결정을 연달아 뒤집은 선배의 결정이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영장 업무와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 뭔가 삐걱거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두 판사의 결정이 극명하게 나뉜 것을 두고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사실관계와 논리를 놓고 판사에 따라 결정이 달라져서다.
이에 따라 진보 성향의 일부 판사들은 평소 소신에 따라 구속 판단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거나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영장전담 등 사무분담을 법원장이 아닌 판사회의 운영위원회 등이 정하는 방안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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