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자동차부품사 콘티넨탈 라인하르트 HR총괄 인터뷰
단순 일자리는 줄어도 산업변화에 잘 대응하면
좋은 일자리는 더 늘어나
인사 역할은 '내비게이션'
사후적 평가만 하지 말고 어떤 인재 필요한지 분석
인력계획 미리 제시해야
전직원 정보 담은 DB 구축
회사가 SW인력 직접 교육
[ 강현우 기자 ]
“5년, 10년 후에 당신 기업에 어떤 인재가 얼마나 필요할지 파악하고 있습니까. 그걸 분석하는 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첫걸음입니다.”
아리아나 라인하르트 콘티넨탈 인사(HR)총괄은 “인재를 잘 키우는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일자리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 콘티넨탈은 세계 5위 자동차 부품사로 지난해 매출 405억유로(약 52조원), 영업이익 41억유로(약 5조3000억원)를 올렸다.
라인하르트 총괄은 함부르크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폭스바겐그룹에서 일하다가 2014년 콘티넨탈 HR총괄로 선임됐다. 8명인 이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지난달 콘티넨탈코리아의 여성 임직원 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가 세계 최대 HR 포럼인 글로벌 인재포럼을 매년 여는 등 인재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인재는 자산이 아니라 가치”
콘티넨탈은 2000년만 해도 타이어를 위주로 하는 세계 16위 자동차 부품사였다. 당시 매출은 101억유로, 고용은 6만3000여 명이었다. 지난해까지 16년간 매출은 네 배, 고용은 세 배로 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자율주행기술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라인하르트 총괄은 “직원을 자산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로 대우하는 기업문화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티넨탈은 인사를 뜻하는 HR을 ‘인간 관계(human relations)’로 정의한다. 대부분 기업이 HR을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으로 보는 것과 다른 점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전통 산업에 접목하는 ‘인더스트리 4.0’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산업 전반에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과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라인하르트 총괄은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기업이 산업 변화에 잘 대응해 성장하면 그 기업의 일자리는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더스트리 4.0 추진에 따른 공장 자동화로 단순 기능직 자리는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독일과 콘티넨탈의 고용은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직원들이 산업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직업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회사의 의무”라며 “생산직뿐 아니라 관리직도 새로운 산업 흐름에 맞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1년~1년 반 주기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HR 계획을 투명하게 소통하라”
라인하르트 총괄은 HR의 역할을 ‘내비게이션’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HR에 실패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사후 평가만 하기 때문”이라며 “콘티넨탈의 HR 담당자들은 임직원과 어느 분야에 어떤 인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수시로 논의하면서 인력 운용 계획을 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진이 회사 비전과 그에 따른 인력 운용 계획, 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투명하게 제시하면 직원들도 자신의 커리어를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 향상과 회사의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고 말했다.
콘티넨탈은 2015년 HR 내비게이션이라 할 수 있는 ‘워크포스 2020’ 계획을 내놨다. 전사적 조사·분석을 통해 2020년 회사가 필요한 인재와 육성 방안을 담은 HR 로드맵을 도출했고, 이후 계속 수정·보완해가고 있다.
라인하르트 총괄은 “회사의 사업 계획과 직원 개인의 업무·역량 등 다양한 요소를 담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며 “지난해 우선 직원 4만8000여 명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콘티넨탈은 워크포스 2020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SW) 인재를 직접 육성하고 있다. 라인하르트 총괄은 “현재 1만3000여 명의 SW 엔지니어가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한 데다 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2015년부터 SW 엔지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3년 과정에 매년 30여 명씩 등록해 현재 100여 명이 이 과정에서 교육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콘티넨탈 현직 엔지니어들이 교육 커리큘럼을 짰다.
라인하르트 총괄은 “주로 20세 전후 청년들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회사가 직접 가르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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