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조 나라살림 심사 '빨간불'… '172건 129조'는 아직 손도 못댔다

입력 2017-11-26 18:30  

갈 길 바쁜 2018년 예산안…법정시한 6일 앞으로

예결위, 최저임금·아동수당 등 조단위 사업들 줄줄이 보류
여야 간사 참여 소소위로 넘겨

세법 등 쟁점 법안과 연계
여야 지도부 타협안 찾을 수도



[ 유승호/배정철 기자 ]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 내 국회 통과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야는 법정 처리 시한을 6일 앞둔 26일까지도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등 주요 쟁점 예산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내년 예산안 429조원 중 172개 항목의 129조원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들만 참여하는 소소위원회로 넘겼다. 예산안 심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여야 원내대표 등 지도부 간 협상도 병행하기로 했지만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예산 줄줄이 보류

예산소위는 지난 14일부터 53개 정부 부처의 예산안 659건을 심사해 161건은 원안대로 채택하고 29건은 증액, 296건은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72건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중소 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 주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예산(2조9707억원), 아동수당(1조1009억원), 기초연금 인상(1조7000억원), 공무원 증원(1조원) 등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이 줄줄이 보류됐다.

국방부의 부사관 인건비(5조3016억원), 교육부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2조586억원), 농림축산식품부의 쌀소득 보전 변동 직불금(1조4900억원) 예산 등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예결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최저임금 지원 예산과 주요 복지 예산은 예산소위에서 거의 논의하지 못했다”며 “일부 감액을 하려 했지만 여당이 원안 고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세 법안과 연계 가능성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면서 법정 시한 내 처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칼자루는 여당이 쥐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예산안이 11월30일까지 예결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올라가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이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여당 일부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예산안 처리를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시작된 예산안 소소위에서도 여야는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여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집권 여당 간사로서 법정 시한 내 의결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고 야당 의견을 수용하면서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은 “법정 시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은 전례 없는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마지막까지 대대적으로 손질해 미래 세대에 짐을 안기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에서 세법 등 쟁점 법안과 연계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요구하는 초대기업 법인세와 초고소득층 소득세 인상을 야당이 일부 수용하는 대신 예산안에서 여당이 야당에 일정 부분을 양보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예산안과 세법을 놓고 대립하다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견을 일부 수용하고,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을 포기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유승호/배정철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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