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고서 하나에…한국 증시 '휘청'

입력 2017-11-27 17:45   수정 2017-11-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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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반도체 업황 정점"→삼성전자, 5% 급락

UBS·JP모간 이어 논란 재점화
삼성전자 13개월 만에 최대 하락
코스피 36P 급락 2500 겨우 지켜
외국인 4500억원 이상 순매도

전문가들 "IT주 조정 길지 않을 것"



[ 최만수/윤정현 기자 ]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삼성전자 보고서가 한국 주식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공급 과잉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물(4532억원 순매도)을 쏟아내면서 반도체주는 물론 다른 정보기술(IT)주까지 크게 흔들렸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 하나에 휘청할 만큼 취약한 한국 증시의 체력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 삼성전자 목표가 낮춰

삼성전자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만1000원(5.08%) 하락한 263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가 27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 만이다. 하루 낙폭이 5% 이상인 날도 지난해 10월11일 이후 1년1개월여 만이다.

SK하이닉스(-2.35%) LG디스플레이(-1.44%) 삼성SDI(-4.30%) 등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온 IT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급락 여파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36.52포인트(1.44%) 떨어진 2507.81로 마감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고 D램 공급 부족도 내년 1분기 이후 해소될 것”이라며 “후발 업체의 투자 증가로 내년 이후에는 반도체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급등한 낸드 플래시 가격은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주요 제품인 ‘128기가비트(Gb) 16Gx8 멀티레벨셀(MLC)’의 지난달 말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5.6달러였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들어 9월 처음으로 3.11% 하락한 뒤 지난달 제자리걸음을 했다. D램 값은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촉발한 ‘반도체 업황 정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JP모간은 7월 “D램 가격 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차익 실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에는 스위스계 투자은행(IB) UBS가 반도체 고점론을 제기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5~10% 조정받았지만 며칠 뒤 반등해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벌였다.

◆“차익 실현 욕구, 원화 강세 맞물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에도 반도체주 조정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여전히 좋고 휴대폰, PC, 데이터센터 등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에 IT주 비중을 줄일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주식운용실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1~2년 만에 크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충격이 과거보다 컸던 이유는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와 원화 강세 현상이 맞물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한국 증시의 상승폭이 컸고 IT주가 고공행진하면서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며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원화 강세로 IT업체 실적이 증권사 추정치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외국인에 휘둘리는 국내 증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보고서 내용이 새롭거나 충격적인 내용이 아닌데도 국내 기관투자가의 수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IT주 하락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19만17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8만원으로 제시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셀트리온의 이날 종가는 21만3100원이다.

최만수/윤정현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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