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이슬람은 억울하다

입력 2017-11-27 18:03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세계 지도를 보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가는 실처럼 잇는 작은 땅이 있다. 이집트 시나이(Sinai) 반도다. 지도에선 좁아 보여도 면적이 6만711㎢로, 남한의 5분의 3이다. 이스라엘보다는 3배나 넓다. 동쪽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서쪽에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가 있다.

문명의 접점, 대륙의 통로, 교통의 요충이었으니 이곳의 반만년 역사가 얼마나 험했을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고대 이집트부터 앗시리아, 페르시아, 로마제국, 이슬람제국, 오스만 튀르크 등으로 주인이 수시로 바뀌었다. 1956년 수에즈운하 국유화로 발발한 2차 중동전쟁의 격전장이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전쟁) 때는 나흘 만에 이스라엘에 점령됐다가 미국의 중재로 1982년 이집트로 반환됐다.

반도 남쪽엔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해 유일신 야훼(여호와)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2285m)이 있다. 아랍어로는 무사(=모세)산으로 불린다. 시나이(시내)는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어로 달의 신을 뜻하는 ‘Sin’에서 유래했다. 유대인들의 40년 광야생활 무대답게, 온통 바위산 아니면 모래사막뿐인 황무지다. 그래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통 성지로 순례객이 줄을 잇는다.

최근 시나이 반도 북부의 모스크(이슬람사원) 테러로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305명이 사망해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2014년 이슬람국가(IS)에 편입된 이 지역 테러조직 알마끄디스가 극단의 공포를 조장한 것이다. 시나이 반도에선 지난 4년간 1700여 건의 테러, 납치 등이 벌어졌다. 몇 해 전 한국인 성지순례단 중에도 희생자가 나와, 시나이 반도는 여행이 금지된 ‘즉시 대피’ 지역이다.

‘평화의 종교’라는 이슬람의 이름으로, 무고한 이들까지 마구 살해하는 테러조직에 대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이 통탄하고 있다. 이슬람, 무슬림 등에 보이는 ‘-slm’은 평화를 뜻한다. 아랍어의 살람(salaam), 히브리어의 샬롬(shalom)도 어원이 같다. 이슬람교가 세계종교가 된 데는 차별이 없고, 정복지에 개종을 강요하지 않는(개종하면 세금 감면) 관용적 종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무장테러로 인해 이슬람 전체가 범죄집단인 양 오해를 사고 있다. 13억 명 이슬람 사회로선 억울할 법하다. 급기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슬람권 40개국과 반(反)테러 동맹을 결성해 테러리스트 추방을 다짐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종교의 명성을 훼손하고 이미지를 왜곡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집트 정부와 각을 세웠던 시나이 반도의 베두인족조차 테러세력 소탕에 협력하겠다고 할 정도다. ‘평화의 종교’답게 부디 반인륜적 테러를 뿌리뽑기 바란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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