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성동조선·STX조선해양 등 처리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
경쟁력 저하 사전 차단해
대규모 부실 막겠다지만 '퍼주기' 지원될까 우려
[ 김일규/오형주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7일 “기업 구조조정의 기본 틀을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구조조정이 국책은행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공적 부담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신산업, 벤처 창업뿐 아니라 기존 산업과 기업도 모두 혁신성장의 주체”라며 “주력 산업과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구조조정 틀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구조조정 필요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부가 인력 감축이 동반되는 구조조정 이슈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구조조정 입 맞추는 경제장관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일 “앞으로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겠다”고 한 데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4일 “좀 더 큰 틀의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에 따라 금융지원이 필요한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팀을 이끄는 김 부총리도 27일 “구조조정의 기본 틀을 개편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출범 후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굵직한 과제가 지난 정부에서 일단락된 데다 인력 감축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이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에 부담이 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량실업 사전 차단”
그럼에도 정부가 구조조정 이슈를 제기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당장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구조조정 문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새로운 구조조정 틀을 제시하고 이들 기업을 새 틀에 따라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제2의 대우조선, 한진해운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대우조선, 한진해운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대량실업 문제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부에서 대량실업 문제가 불거지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도 퍼주기식?
정부가 마련 중인 새 구조조정 방식은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총리가 이날 밝힌 세 가지 틀을 보면 알 수 있다. 세 가지 틀을 요약하면 ‘사후 부실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금융 논리보단 산업 경쟁력 고려’ ‘국책은행 주도에서 시장 중심으로 전환’이다.
구조조정 주관부처도 금융위원회에서 산업부 중심으로 바뀐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유화 외 자동차 등을 포함해 전체 업종 진단을 먼저 하고 중장기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이 필요한 곳은 사전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의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한진해운 등은 ‘금융 논리’로만 접근해 해운산업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원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책은행 등 채권은행을 통한 공적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새 구조조정 틀이 결국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퍼주기식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말이 구조조정이지 본질은 ‘지원’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일규/오형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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