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수목금 사내회의를 금지시킨 이유

입력 2017-11-28 17:58  



(김용준 생활경제부 기자) “1919년 출범한 힐튼은 전세계에 5000개 가까운 호텔을 갖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그로부터 89년후인 2008년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힐튼보다 10조나 많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요즘 많이 하는 얘기다. K마트 등 전통의 미국 유통업체들을 쓰러뜨리고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를 위협하는 아마존도 비슷한 사례다. 김 대표는 롯데마트도 다른 전통기업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0년간 부동산을 깔고 앉아 건물을 짓고, 그곳에 물건을 대량으로 전시하고 판매했다. 점포만 290개에 달한다. 이런 회사들은 변화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김 대표는 잘 알고 있다.

위기는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마트가 변화의 방향을 못찾고 있는 사이, 옥션 쿠팡 11번가 등이 시장에 치고 들어왔다.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스토리다.

김 대표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례를 연구했다. 그리고 찾은 솔루션이 회사를 통째로 ‘스타트업(start-up)’처럼 만드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지난 27일 발표한 2018년 캐치프레이즈 ‘Start-up 2018’에는 김 대표의 위기감이 담겨 있다. 핵심은 ‘관행의 파괴’와 ‘속도 따라잡기’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김 대표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고객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네크워킹 능력을 통해 구체화 시키고, 바로 결정하고 실행한다”고 표현했다.

관행의 파괴는 이미 시작됐다.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상품기획자(MD)들의 개인 책상을 없앴다. 내년 상반기중 본사 전직원에게 적용된다. 공동 책상만 남게 된다. 개인 자리에 앉아 있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라는 게 김 사장의 메시지다. 현장에 가야 문제도 즉시 알수 있고,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느낄수도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 회사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하루만에 해결한다. 앱을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소비자 민원이 들어오면 각종 절차를 밟아 상당한 시간을 소모할 수 밖에 없다. “문제 해결에 일주일도 더 걸리면 어떤 고객이 붙어있겠냐”는 게 김대표의 생각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듯 하다. 김 대표는 얼마전부터 수요일, 목요일,금요일 회의를 원칙적으로 금지시켜 버렸다.

회의는 월요일, 화요일에 하고 수 목 금은 현장으로 가라는 메시지였다. “꼭 필요하면 현장에서 회의를 하라.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라”는 게 김 대표의 지침이다. 앞서 그는 임원들이 결제판을 들고 기다려 결제하는 관행도 없애버렸다. 사장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다려서 결제를 받는 과정 자체가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임원들은 온라인 또는 모바일 결제를 받으면 된다.

상품기획 과정도 단순화했다. 팀 단위에 재량권을 부여했다. “스타트업처럼 책임과 권한을 갖고 도전하고, 실패하라”는 게 그의 지침이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부서 단위에서 결정한다. 부장 임원 사장 다 거치다보면 유행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신설한 그로서란트 BM(비즈니스 모듈, Business Module) 이 대표적 사례다. .그로서란트(grocerant)란, 그로서리(grocery, 식재료)와 레스토랑(restaurant, 음식점)을 합친 말이다. 이들은 기존 팀과 달리 상품개발 출시 진열 마케팅 소비자분석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조직이다. 프로젝트 팀 형식으로 묶자 제품 출시기간이 짧아졌다. 들여올 식품을 결정하고, 상품을 사들이고, 상품화 교육을 하고, 매장에 진열하는데까지 과거에는 5개월 정도 걸렸다. 그러나 모두 팀에서 결정하자 1개월로 줄었다.

롯데마트 전점포와 사업부를 개별단위의 스타트업처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관행은 조직에 녹아있기 때문에 이를 걷어내기는 쉽지 않다. 롯데처럼 오래된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새로운 실험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대세력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영업환경이 롯데마트뿐 아니라 모든 기업을 새로운 모험과 실험의 공간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공간으로 나가 적극적으로 부딪치고, 깨지고, 성공도 하면서 조직이 그 교훈을 축적하도록 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김 대표는 판단한 듯 하다. (끝) /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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