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기관 경영평가, 근본 틀 바꿔야

입력 2017-11-28 18:02  

"30년간 그대로인 공공기관 평가틀
평가가치·평가단 구성 등 전면 쇄신
자발적 혁신 가능토록 지원해야"

오철호 < 숭실대 교수·행정학 >



1984년 정부투자기관 평가로 시작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해소 등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공공기관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듣고 있다. 반면 경영평가만큼 끊임없이 비판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정부 평가도 찾기 쉽지 않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성공했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영평가가 거듭될수록 개별기관의 실적은 향상되고 부채는 경감되는 등 겉으로는 발전해온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기관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무언가 도전해보려는 생각보다는 평가지표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기다리고 그 지표에 맞춰 기관운영과 사업을 조정해 실적만 내려는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경향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른바 ‘평가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평가를 통해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지에 대한 ‘평가철학의 빈곤’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개선작업을 해왔다. 예컨대 평가지표, 가중치, 목표치 조정 등 부분적인 개선은 해왔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혁신이 없는 경영평가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평가의 틀이 그대로라는 데에 있다. 그만큼 제도가 안정적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틀을 바꾸려는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어쩌면 강요된 안정성일지도 모른다.

초기 평가를 시작할 때의 정책 환경과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회자되는 최근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공동생산, 공진화(共進化), 공생 등 개별 단위기관의 생존보다는 생태계 내 구성인자들 간의 창발적 협력과 협업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기존의 부분적인 개선노력만으로 대응한다면 수박 겉핥기에 그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의 체질개선을 통한 창의적이며 자발적인 혁신이 가능한 공공기관이 되도록 지원하는 ‘신(新)경영평가 시대’를 열어야 한다.

먼저, 평가가치와 틀을 바꾸자. 지난 30여 년간 강조된 효율성이나 책임성을 넘어서 공공기관의 고유가치인 공공성과 자율성을 확실히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미래 모습을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수단으로써 평가를 활용하며 그 방식은 국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열린평가를 부분적으로 도입해봄직하다. 또 현재 분리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 지정, 평가, 기능 재조정 등을 연결해 생애주기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종합적이며 경계를 넘어서는 제도 간 공진화와 상호보완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평가체계를 이원화하자. 경영평가를 위해 투입과 산출을 관리하는 상시점검을 한편으로 두고, 기관의 역량강화와 체질개선에 대한 성과평가를 별도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기존 경영평가의 관심인 경영효율화나 사업관리 또는 정부지침 이행 등은 국정철학에 따라 수정하게 하고 상시점검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관의 일하는 방식 개선 등 역량강화의 모습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평가의 목적을 기관의 권한부여를 위한 컨설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에 따른 평가설계나 성과급 배분 또는 평가 체계와 같은 세부적인 문제들은 큰 틀이 정해지면 해결 가능하다.

끝으로, 평가단 구성이나 운영을 획기적으로 손보자. 평가단 기능을 분산해 자기비대화를 차단하고 상시교육을 통한 평가위원 인증제를 도입하자. 위원풀을 다양화해 특정 분야나 직업군의 과도한 영향력을 방지하고, 위원 선정기준과 임명기간을 명시해 자의적 적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간 평가단에 있는 것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차제에 평가단장을 교수가 아니라 다른 직업군의 경륜 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경영평가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말이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망치를 들고 질문한다”고 한 니체의 결연함이 정부당국에 절실히 요구된다.

오철호 < 숭실대 교수·행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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