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폭탄' 위기 몰린 파리바게뜨 "납득 못해"
[ 심은지/이상엽 기자 ] 고용노동부와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 5378명의 직접 고용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법원이 일단 정부 손을 들어줬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직접 고용 시정명령에 반발해 당분간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신청을 법원이 각하한 것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 고용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법원이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고용부의 ‘자의적인’ 직고용 명령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상대로 낸 제빵사 ‘직접고용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28일 각하 결정했다. 파리바게뜨 제빵사를 고용하고 있는 협력업체가 낸 체불임금 관련 시정지시 취소 청구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할 뿐 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사용주에게 스스로 위법 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주면서 협력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고용부의 지시가 강제성을 띤 ‘행정처분’이 아니라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행정법원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가 ‘공공복리’보다 ‘정부의 노동정책 존중’ 기조를 더 고려한 것으로 해석이 나온다. 이동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최근에는 행정처분의 개념을 넓게 보는 추세인데 해당 재판부는 매우 좁게 해석했다”며 “파리바게뜨 측은 본안 소송을 가도 ‘정부의 행정처분이 틀리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는 벼랑 끝에 섰다. 당장 고용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다음달 5일까지 제빵사 전원을 직고용하거나 이를 어기면 과태료 530억원을 한꺼번에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고용부 직고용 명령을 받아들이면 프랜차이즈 사업구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본사보다 더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게 경영상 큰 부담이 되는 데다 프랜차이즈사업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과태료 530억원을 부담하는 것도 힘들다.
파리바게뜨의 유일한 선택지는 법원행(行)이다. 파리바게뜨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앤장 관계자는 “법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기각(집행정지를 거부)한 게 아니라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각하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문은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아니므로 즉시 항고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다만 파리바게뜨는 과태료 부과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행정소송 가능성은 열려있다. 고용부도 직고용 명령을 거두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이 행정소송으로 가면 직고용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 직고용 명령 날개다나
낡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파견법 허용 업무가 아니면 불법 파견으로 판단될 여지가 커서 제조업 외에 서비스업으로 직고용 명령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본안 소송에 대한 판단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전까지 고용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의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직고용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것”이라며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서비스업종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면 똑같이 적용될 여지가 커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이상엽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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