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선 낙찰가율 150% 돌파
[ 선한결 기자 ]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법원 경매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찰자 수는 줄었지만 자금력 있는 수요자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법원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2.8%를 기록했다. 이 회사가 경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5월과 10월 각각 기록한 101.5%, 100.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강남권에서는 신건이 감정가를 훌쩍 넘겨 팔리고 있다. 28일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 115㎡는 감정가 9억3000만원에 나왔으나 14억원에 신건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50.5%에 달한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강남구 청담동 ‘청담2차e편한세상’ 전용 107㎡가 11억9000만원에 신건 낙찰됐다. 5월 감정가 9억6600만원의 123.2% 수준으로, 7월 실거래가(11억8000만원)보다 약간 높다. 이 물건은 응찰자 10명 중 절반 이상이 감정가의 110% 이상을 써냈다.
비강남권에서는 실소유자가 주로 찾는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높은 낙찰가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달 20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법원경매에서 노원구 하계동 건영아파트 전용 74㎡는 감정가 3억8000만원보다 약 3000만원 높은 4억1234만원에 팔렸다. 낙찰가율은 108.5%였다. 상계동 노원현대 전용 84㎡는 감정가(4억4200만원)의 102% 수준인 4억5084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두 아파트를 두고 각각 응찰자 11명, 16명이 경합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낙찰가율이 높은 것은 ‘눈치 보기’ 장세가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매매시장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응찰자들이 응찰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취하·변경되는 물건이 전체 진행 건수의 30%가량으로 보통 평균인 20% 안팎보다 높다”며 “좀 더 기다려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채권자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자가 경매를 연기하면 매각기일이 통상 1~2개월 미뤄진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6.7명으로 7월 평균 응찰자 수(12.6명)의 절반 수준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자금여력이 충분한 이들끼리 좋은 물건을 두고 경쟁하는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며 “매각기일이 미뤄지는 물건이 늘면서 경합이 치열해져 낙찰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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