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긴급 주재…대북 강경 메시지
"북한, 한반도를 위기로 끌고가선 안된다는 뜻"
청와대, 선제타격 발언 확대해석 경계
문 대통령-트럼프, 20분간 통화…도발 당일엔 처음
"한·미 연합방위 바탕으로 단호하게 대응"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직후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북한이 도발적인 군사 모험주의를 멈추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군사 모험주의 멈춰야”
문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은 미국의 선제타격이 실현될 수 있고, 김정은 정권은 이를 새겨들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그런(선제타격) 상황으로 한반도를 위기로 끌고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동의 없는 어떤 선제타격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당선 이후에는 선제타격과 관련해 “한반도에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북한보다 미국에 우려를 나타냈다.
청와대 한 참모는 달라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평소 밝힌 원칙으로 전쟁은 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북한의 ICBM 개발이 예상보다 빨라지는 상황에서 북에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발사한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만㎞가 넘어 미국 동부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한 시점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순방 기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북한의 ICBM 완성은 2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대륙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은 북한이 빠른 속도로 ICBM을 완성하는 데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개막 72일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 “이번 미사일 도발이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도발 당일 트럼프·아베와 통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사 당일 긴급히 전화 통화를 한 것도 북한 도발의 심각성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50분까지 약 2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양국 간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이 11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지만 두 정상이 당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상황 변화가 있기 때문에 긴밀히 대응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추가로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2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안보 위협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으며 강한 압박과 제재를 위해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윤 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핵과 미사일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북한 주장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30일 예정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압박을 더욱 단호하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베 총리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참석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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