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에도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시장의 호조세가 이어지며 당분간 수출 개선세가 꾸준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10월 내놓은 성장 경로(연 3.0% 성장 전망)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에서 1.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만이다.
이 총재는 수출 호조를 이끈 반도체 경기에 대해 당분간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최근 반도체 강세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그는 "반도체 부문은 수출 및 투자의 기여도가 높아 향후 경기 판단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현재 경기가 워낙 좋아 한쪽에선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진전 속도를 감안해보면 향후 1~2년 가량은 반도체 부문의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봤다. 그 배경에 대해선 △국내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중간재 투입에 있어 수입재 비중이 상승한 점 △가격경쟁력보다 품질 등 비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점 등을 꼽았다.
최근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가 붕괴, 2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는 이번 금리 인상이 원화의 강세를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것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통상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의 강세 요인이지만 환율은 국내외 경제상황, 인플레이션 기대, 투자자의 리스크 태도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환율을 금리만 갖고 설명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반영한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돼야 하며 쏠림으로 변동성이 과도해지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는 있다"며 "환율의 변동성이 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책 운영에서 늘 염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
이 총재는 "물가 정책은 단기적 시각보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참고한다"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경기회복으로 수요 압력이 높아지면서 점차 안정목표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은 금리 이외에 세제 및 규제, 차입여건 등 많은 것들이 영향을 준다"며 "다만 금리 정책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안 준다고 말할 수는 없어 향후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 지 눈여겨보겠다"고 언급했다.
채선희 /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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