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트럼프의 위험한 포퓰리즘 외교정책

입력 2017-11-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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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통령들 정책 비난하며 TPP 탈퇴, 韓·美 FTA 압박
국익보다 정치적 목적이 우선

고립주의적 경제 국수주의에 대부분 미국인들은 동의 안해

결정의 순간 맞은 공화·민주당
트럼프 외교정책 파괴에 맞서야

로버트 졸릭 < 前 세계은행 총재 >



[ 양준영 기자 ]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에 대한 갈망이 그의 외교정책을 더 전통적인 쪽으로 몰고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자는 트럼프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지금 우리는 답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유명인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적 재편에 대한 본능을 반영한다.

포퓰리스트 운동은 전통 정치에 대한 불만과 초조함을 자양분으로 한다. 경제난과 사회적 이동, 문화적 도전에 의해 야기된 좌절감은 기관 및 엘리트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엘리트가 되기를 원하는 도전자는 전통적 리더를 무능하고 부패한 존재라고 공격한다.

트럼프는 포퓰리즘의 세 가지 가정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지지자들을 불러모았다. 첫째, 포퓰리즘은 경멸받는 사람들의 의지를 반영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개탄스러운 사람들(deplorables)”이라고 불렀다. 그들의 의지는 다원주의와 타협을 용납하지 않으며, 민주당의 ‘정체성 정치’를 경멸한다. 둘째,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국내외의 적을 찾아 비난한다. 트럼프는 그런 희생양을 모욕하는 데 통달했다.

셋째,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의지를 파악하고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다른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처럼 트럼프는 자신과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이른바 불법적인 기관을 공격한다. 다른 포퓰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솔루션은 간단하다. 그는 기관들이 불법행위와 실수를 알기 어렵게 하고 은폐하기 위해 복잡성을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중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고 결과를 얻기 위해 자신의 거래 노하우를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그는 멕시코인들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아야 한다며, 멕시코가 비용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슬람교도들이 미국에 들어와 해를 끼치는 것을 막겠다고 단언했다. 그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은 외국인들이 적자를 만들고,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절(기존 정책의 파괴)을 강조하며 전임자에 대한 비난과 함께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지만 나머지 11개국은 미국을 제외한 채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압박하고 싶어 한다. 또한 분쟁 해결을 위한 WTO의 규칙과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의 거래 스타일은 불확실성과 극단정책을 낳고 있다.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이를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전후 양당 대통령들로부터 해리 트루먼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대통령들은 미국의 안보가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중동의 상호 이익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동맹 체제를 주도했다. 전임 대통령들은 미국의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시장과 일치하는, 적응력 있는 규칙과 관행에 지배되는 자본주의가 세계적으로 확대될 때 미국 경제가 번영할 것이라고 믿었다. 트럼프는 이런 미국 주도의 국제 체제를 시대에 뒤떨어지고, 너무 비싸고, 너무 제한적이라고 비난한다.

70년이 된 미국 외교정책 구조는 기관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을 무시하고 국무부를 해체하고 있다. 법원, 언론, 의회, 심지어 법무부까지도 공격한다.

트럼프의 최근 아시아 순방은 외국인들이 그의 정책을 수용했음을 드러냈다. 그는 차례로 주목받았고, 전직 대통령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나라를 깎아내리고, 대단하지만 명시되지 않은 약속들로 의기양양했다. 다른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지도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의 포퓰리스트 행보, 그의 정치와 일치하는 외교정책은 큰 장애물에 직면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그의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이 트럼프가 해체하고 있는 외교정책의 기본 원칙을 선호한다. 60%는 유럽과 동아시아와의 동맹이 상호 이익이 되거나 대부분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국제무역이 소비자(78%), 경제(72%), 일자리 창출(57%)에 유익하다고 답했다. 모든 수치는 선거 이후 트럼프의 입장과 반대쪽으로 변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결정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유권자들은 보호주의 쪽으로, 그리고 동맹과 이민에 반대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미국의 국제주의에 국수주의로 대응했다. 반면 70년 동안 공화당 지도자들은 이를 동전의 양면으로 봤다.

민주당 지도자들도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경제 국수주의와 경쟁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단순히 정도가 아닌 유형의 변화를 나타낸다. 미국의 기존 포퓰리스트적 충동은 파괴가 아니라 적응 기회를 창출하면서 전개됐다. 애국적인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외교정책 파괴에 맞서야 한다. 정치적 패배는 이념적인 패배와 동일하지 않다. 토론은 이제 막 시작됐다.

원제=The Peril of Trump’s Populist Foreign Policy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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