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부실화 '비상'
2금융권 등 빚 많은 고위험 가구
평균 부채 2억9000만원 달해
무리한 대출 '갭투자족' 시작으로
가계부채 연쇄 부실화 위험도
생계형 자영업자도 48만명
평균 연소득 1600만원 불과
채무상환 능력 낮아 '경고등'
[ 이현일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 9월 말 기준 1419조원에 이르고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만 925조원에 육박해서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에서 늘어나는 이자 부담만 2조3000억원이다. 특히 빚을 내 집을 마련한 30~40대 직장인, 개인사업자 등 상당수 가구의 부담은 보통의 가정보다 훨씬 크다. 저소득 과다·다중 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된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리 올라 ‘하우스푸어’ 직격탄
이번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곳은 약 32만 가구로 파악되는 ‘고위험 가구’다. 금융위원회는 연간 대출원리금상환액이 가처분 소득의 40%를 넘고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는 고위험 가구가 전체 가계부채의 약 7%인 94조원의 부채를 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안정성이 낮은 자영업(33.8%)과 비정규직(15.1%)에 종사하거나 무직(12.5%)인 비율이 높고, 금리 변동폭이 큰 신용대출을 비롯해 2금융권과 대부업 등의 부채를 보유해 부실화될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은 4100만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2억9000만원에 달한다. 시장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 고위험 가구는 더 늘어난다. 금융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가 36만5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도 커질 전망이다. 소득 대비 대출상환액 비율이 40%를 넘는 150만 가구(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가운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보유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고위험 가구로 분류되지 않지만 가계부채 부실화의 숨은 뇌관이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전세를 끼고 여러 채의 집을 산 ‘갭투자’ 족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미 경기 화성시와 경남 거제시 등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떨어져 대출금액이 담보인정비율(LTV) 한도인 70%를 넘는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숨 막히는 생계형 자영업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연 소득 3000만원을 밑돌고 대출 규모가 3억원 이하인 ‘생계형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48만 명이 금리 인상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했다.
음식점, 소매업 등을 주로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인당 부채가 8000만원으로 크지 않은 반면 평균 연 소득이 1600만원에 불과해 상환여력이 낮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경기 침체나 상권 변화 등에도 취약하다. 이 가운데 7~10등급의 저신용자(13.8%)와 고금리 대출자(14.3%) 등 17만7000명은 사업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반적인 자영업 경영난도 가중될 전망이다. 16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는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이 7.5배로 직장인 등 비(非)자영업자의 1.8배보다 훨씬 높아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3억2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영세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과다 채무자는 정부가 파악하기 어려운 대부업 신용대출 등을 이용하는 사례도 많아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시장금리가 더 높아지면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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