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콩쿠르상 두번 받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

입력 2017-12-01 18:09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임근호 기자 ] 1980년 12월2일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나이 66세였다. ‘결전의 날’이란 유서에 그는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고 썼다.

그로부터 8개월 뒤 프랑스 문학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한 잡지에 실린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란 글을 통해 프랑스 문단이 ‘퇴물’이라고 혹평한 로맹 가리와 ‘떠오르는 신예’라고 극찬한 에밀 아자르가 같은 사람이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로맹 가리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1914년 러시아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스물한 살에 프랑스에 귀화했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신예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1956년엔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 외교관으로 활동했고, 첫째 부인과 이혼한 뒤 미국 유명 여배우 진 세버그와 결혼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1년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영화 ‘킬’이 혹평을 받고 흥행에 실패한 뒤 급작스러운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때 혜성처럼 나타나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가 에밀 아자르였다. 1974년 《그로칼랭》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1975년 두 번째 작품 《자기 앞의 생》으로 그해 콩쿠르상을 받았다. 로맹 가리는 한 작가에게 한 번만 수여되는 콩쿠르상을 유일하게 두 번 받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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