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분위기는 언제나 시장의 화젯거리입니다. 언론사의 사진 촬영을 위해 본격적인 회의 시작에 앞서 5분 가량 현장이 공개되거든요. 이때 총재의 넥타이 색이나 금통위원들의 표정, 회의실에 입장하는 순서까지도 시장 참여자들에겐 관심의 대상입니다.
딱 떨어지게 기준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금리 결정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내거나 거꾸로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한 것이죠. 통상 총재의 넥타이 색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 때가 유독 그랬습니다. 김 전 총재는 무채색 정장에 하늘색 셔츠를 고수했지만 넥타이 색은 수시로 달리 했습니다. 금리를 인상하는 금통위 회의 때 유독 붉은 넥타이를 매고 와 ‘금리 향방을 보려면 총재의 넥타이 색을 보라’는 농담 반 진담의 얘기가 퍼졌습니다. ‘넥타이 화법’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금리가 동결 됐을 땐 남색이나 하늘색 등 파란색 넥타이를 주로 맸고요.
실제 김 전 총재가 “괜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넥타이를 고를 때 붉은 색과 파란색 계통은 피했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6년 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이 이뤄진 지난달 30일 금통위 회의실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만큼 여느 때보다 더 혼잡스러웠습니다. 수십여명의 사진 기자들이 몰려들어 이주열 한은 총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당시 이 총재는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왔습니다. 흰색 도트 무늬가 있었고요. 하지만 넥타이 색 보다 관심을 끈 건 이 총재의 머리 색이었습니다. 갓 염색한 듯 흰머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이 총재의 머리 색이 유난히 두드러졌던 까닭입니다.
이를 두고 “언론의 과도한 집중을 예상한 것이다”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것이다” 라는 식의 여담이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총재는 흰머리 탓에 수시로 염색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밝았던 회의실 분위기도 화제가 됐답니다. 이 총재는 회의실 입장 때부터 환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몰려든 기자들에게 “금통위를 여러 번 했지만 제일 많이 온 것 같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금통위원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고요. 전반적으로 회의실 분위기가 밝아서 였는지 금리 결정 전에 금리 인상을 확신한 시장 참여자들도 있었답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이 총재의 성향을 감안해서라네요.
이 총재의 염색이나 회의실 분위기와는 무관하겠지만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는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총재는 올 하반기 들어 꾸준히 시장에 금리 인상을 위한 신호를 줬습니다. 지난 6월 한은 창립 기념식에서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운을 띄운 뒤 “금융 완화의 정도를 줄여 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금리 향방에 대한 의견을 내비친 겁니다.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으로 통화당국의 신뢰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금리 인상 결정 직후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점진적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향후 경기 상황과 한은의 추가 대응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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