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미국발 법인세 인하 경쟁… 증세로 치닫는 한국만 '외톨이'

입력 2017-12-03 17:38   수정 2017-12-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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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미국 상원, 법인세 최고세율 '35%→20%' 통과

미국 정부·의회 '기업 기(氣)살리기'에 손발 척척
한국은 법인세율 인상 폭 놓고 '정치 흥정'

한국만 거꾸로…미국과 법인세 역전 '비상'

한국, 나홀로 법인세 인상
미국 35→20%, 한국 22→25%…기업 이탈·자본 유출 우려

여·야 인상안 모두 세(稅)부담 커…투자·고용 위축 불가피



[ 이상열/박수진 기자 ] 미국 상원이 2일(현지시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내년 20%로 낮추는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하원 감세안과 조정 단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법인세율이 내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보다 낮아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경쟁국이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벌이고 있는 ‘법인세율 인하 전쟁’도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반해 한국만 거꾸로 법인세율 인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세계적 흐름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주고받기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여당은 물론 야당조차 법인세율 인상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손잡고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려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추진에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가세하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의 비용 증가 요인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법인세율마저 인상되면 한국만 ‘외톨이’로 전락해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상원이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율 인하 외에도 투자세액공제 도입(5년간), 상속세 면제 한도 확대(1인당 1100만달러), 해외유보금 환입 특례(10% 저율 과세)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미 상원과 하원이 각기 다른 감세법안을 처리한 만큼 단일안을 마련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가장 큰 고비인 상원 문턱을 넘음에 따라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한국은 반대로 법인세율 인상이 굳어지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인 지난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4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처리를 시도한다. 법인세는 예산안 처리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 세율(22%)보다 3%포인트 인상한 25%를 적용하는 정부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처음엔 정부안에 반대했지만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자체 법인세율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한국당은 과세표준 2억원 미만의 세율을 2%포인트 낮추는 데 여야가 합의하면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최고세율을 22%에서 23%로 높일 수 있다는 안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만 최고세율(현행 22%)을 1~2%포인트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인상폭만 차이 날 뿐 최고세율 인상은 여야가 같은 상황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낮추는 미국 상원의 감세안 처리는 다른 경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0%에서 2013년 28.05%, 2015년 23.9%, 작년 23.4%로 연달아 낮춘 데 이어 추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 52%였던 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올해 19%까지 인하했다. 2020년엔 17%로 추가 인하하겠다는 목표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임기인 향후 5년간 2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내리겠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헝가리는 20%였지만 올해부터 9%로 대폭 낮췄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은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해 경제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자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글로벌 기업도 자국으로 유치해 일자리와 세수를 함께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이런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나홀로 법인세 인상’에 나서면서 기업의 해외 이탈,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여당과 정부안대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이 현행 22%에서 25%로 인상되면 129개 글로벌 대기업(2016년 기준)은 연 2조5500억원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야당인 국민의당 주장대로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최고세율을 22%에서 23~24%로 인상해도 기업들이 지는 추가 세금 부담은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이 23%로 올라도 1100여 개 기업이 연간 1조6000억원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자유한국당 주장대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에 대해 1%포인트만 올리면 기업들의 추가 세 부담은 약 85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추가 세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내년도 명목세율 인상 외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비과세·공제감면 축소 조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설비투자세액공제 축소로 매년 55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매년 5700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은 징벌적 세금 부과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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