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 뛰어나지만 단체전 무릎
고진영은 대회 MVP로 선정
[ 이관우 기자 ]
고진영(22)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팀 한국’ 주장 김하늘(29)이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줬다. 18번 홀(파4) 주변에 모여 ‘무승부 1점이라도 더 챙겼으면’을 마음속으로 외치던 한국팀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1무3패 준우승. 예상하지 못한, 상상하기 싫은 패배였다.
◆포섬 경기 ‘충격의 3패’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미요시CC(파72·6400야드)에서 열린 4대 투어(한국 일본 호주 유럽) 대항전 더 퀸즈(총상금 1억엔) 마지막 날 결승전에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팀에 져 준우승에 그쳤다. 포섬(한 팀 두 선수가 공 한 개를 번갈아 치는 방식) 매치플레이로 열린 결승에서 시종일관 일본에 끌려다니다 1무3패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이 우승상금 4500만엔을 가져갔고, 한국은 2700만엔을 받았다.
첫째날과 둘째날엔 한국이 JLPGA를 포함한 나머지 3개 팀을 압도했다. 첫날 포볼에선 4전 전승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둘째날 개인전에선 9명이 8승1패를 수확했다. 이틀 동안 수집한 승점이 24점. 2위가 12점을 딴 일본이었다. 승전 8점이 걸린 마지막 포섬 경기가 악천후 등으로 취소된다면 우승은 한국팀이 차지할 수 있는 넉넉한 점수였다. 하지만 결승전은 2라운드까지의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포섬 경기 결과만 가지고 치르는 바람에 좋았던 분위기가 막판에 뒤집히고 말았다.
개인 면면만 놓고 보면 포섬에 출전한 4팀은 모두 최강팀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필승조로 꼽혔던 이정은6(21)-배선우(23)조가 일본의 스즈키 아이-우에다 모모코 조에 초반 6홀이나 내주는 등 예상 밖의 고전 끝에 3홀 차로 패배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이어 ‘일본킬러’ 김해림(28)과 김지현2(26)까지 나리타 미스즈와 히가 마미코 조에 패하면서 전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김지현2는 일본 투어가 낯선 편이지만, 김해림은 지난 9월 처음 출전한 일본투어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일본 무대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믿었던 2개 팀이 패퇴하자 그나마 유일하게 일본팀에 앞서 있던 고진영(22)-김자영2(26)조까지 흔들렸다. 16번 홀까지 1홀 차로 앞서다가 일본의 호리 고토니-류 리쓰코 조가 두 홀 연속 긴 퍼트를 극적으로 홀에 꽂아 넣으면서 올스퀘어(무승부)로 경기가 끝나 유일한 1승 희망이 날아가 버렸다. 무패조로 편성된 오지현(21)-김지현(26·한화) 역시 한 홀도 따내지 못한 끝에 1홀 차로 패해 승점을 한 점도 챙기지 못했다.
◆방심했나? 홈관중 텃세 탓인가?
한국팀은 당초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다. 앞서 열린 박인비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팀을 격파할 만큼 충분한 실력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이번 대회 이틀간의 압도적 승리가 더해졌다. 최고조에 달한 자신감이 방심으로 연결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개인 기량은 월등하지만 단체전에선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패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주장을 맡은 김하늘은 “우리 선수들이 포섬에 약한 부분이 있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한국팀은 2015년 초대 대회 때부터 올해까지 개인전은 23승1무2패를 기록해 절대강자의 위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단체전인 포볼에서 8승1무3패, 포섬에서 6승2무4패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공 한 개를 번갈아 치는 포섬 방식은 선수들의 기량 외에 조편성 전략, 궁합 등 기술 외적인 부분도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온다. 주최 측인 일본이 결승전 방식을 포섬으로 바꾼 전략이 통한 셈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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