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구조조정 회피하고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 급급
정권마다 단기 실적에 연연
장기 안목으로 정책 추진해야
[ 주용석 기자 ]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69·사진)은 “문재인 정부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니어재단이 2년여의 연구 성과를 엮은 《한국의 경제생태계》 출간을 앞두고 지난달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다. 정 이사장은 “자본과 노동이 한배를 타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걸 완전히 분리시켜 놨다”고 했다. 과거 보수정부처럼 ‘강성 노조가 다 망쳤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노동계를 편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고 이어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영입됐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를 찾아가 “우리를 우향우시켜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당 지도부와 자주 마찰을 빚었고 3년 만에 의원직을 내던졌다. 이후 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니어재단을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과잉정치화, 과잉이념화가 심하다”며 “이념으로 코팅된 체제에선 경제가 다시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경제생태계》에서도 “정치는 경제 내부의 병리 현상을 정치 담합 속에 방치하고, 관료는 위험한 외과 수술(구조조정)을 회피한다. 기업이 담대한 위험 투자를 기피하면서 국가 전체에 위험 회피 본능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화·권력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5년 단임 정권들이 큰 그림보다는 임기 내 단기 실적을 내는 데 주력했다”며 “각자의 이념적 잣대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경제 정책 실험을 계속해왔다”고도 했다. 긴 안목에서 장기 계획을 갖고 여러 정권에서 이어져야 할 국가 프로젝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지금이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했다. 그때는 일시적인 돈 문제(외화 부족)였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등장했고 국내 정치는 이념 갈등으로 분열돼 거국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문 대통령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처럼 긴 호흡으로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를 구상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이 될 것”이라고 썼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0년대 초 대대적인 노동·연금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리던 독일을 ‘유럽의 패자(覇者)’로 바꾸는 초석을 다졌다. 개혁에 대한 반발로 비록 선거에선 졌지만 이후 독일 경제가 부활하면서 정파의 이익보다 국가 이익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재조명받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한경닷컴, 기업 대상 '2018년 환율전망 및 금리전망 세미나' 오는 12월 12일 KDB산업은행과 공동 주최!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5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