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이후 최악의 낚싯배 사고…인명피해 왜 컸나
인천 영흥도 해역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는 2015년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인천해경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9분께 인천시 옹진군 진두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낚시 어선 선창1호(9.77t)가 급유선 명진15호(336t급)과 충돌한 뒤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창1호에 타고 있던 22명 중 13명이 사망했고 2명이 실종됐다. 구조자는 7명에 불과했다.
이번 사고는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발생한 돌고래호(9.77t) 전복 사건과 많은 점이 닮아 있다. 당시 사고로 사망자는 15명에 달했으며 실종된 3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영흥도 낚싯배 사고 관련 대응·수습시간은 과거 정부 때보다 최대 2시간가량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도 돌고래호 당시보다 현장에 빨리 도착했고 청와대 또한 세월호 학습효과로 인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해당 정부 부처의 보고 지시과정도 확실히 단축됐다. 하지만 왜 인명피해는 줄일 수 없었던 것일까.
선창1호의 인명피해가 큰 것은 현지 해역의 물살이 강하고 겨울철 수온이 차가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충돌했던 급유선에서도 4명의 승객을 구조했고 신고 접수 30여분 만에 구조인력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뒤집힌 배 안에 갇힌 승객은 차가운 수온에서 전문 구조대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2015년 돌고래호 전복 사고 때는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탑승인원도 확인이 어려웠다. 낚싯배 구조자들은 하나같이 "피할 겨를 도 없이 충돌사고가 났고 배가 뒤집혔다"고 증언했다. 선창1호는 정원은 22명이었으므로 정원 규정을 위반하지도 않았으며 출항에 앞서 출항 신고 절차도 정상적이었다. 낚시객 대부분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전복사고로 인한 피해자수를 줄일 수는 없었다.
세월호 침몰 때 보았듯 어떤 사고가 일어나기까지는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는 여러 단계가 있다. 누군가 과적을 제어했더라면, 조류가 센 해수로에서 속도를 줄였더라면, 침몰이 시작됐을 때 구명조끼를 입고 모두 탈출하라는 지시만 있었더라면...대형참사는 한 순간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도 급유선과 낚싯배 둘중 한 선박의 선장이라도 미리 항로를 변경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상 재난 사고시에는 정부의 기민함이나 구조요원의 대응보다는 현장에서 내 상황판단력과 위기대처 능력이 생과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를 징비(懲毖) 삼아 ‘안전 대한민국’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신속하게 대처한다 해도 범국가적 재난방지 시스템의 재정비 없이는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 모두의 생명이 사소해 보이는 안전규정에 달려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시스템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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