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증시 랠리, 고용지표 개선 등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는 뉴스 헤드라인으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가속 페달을 밟고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빈약하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의 성장세와 미국 감세법안 처리 가시화 같은 좋은 소식을 보면 미국 경제 성장세가 보다 강화될 여지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미국 경제는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경기 후퇴가 끝난 이후부터 올 1분기까지 평균 2.1%에 그쳤다. 미국 역사상 가장 뜨뜻미지근한 경제 성장세다. 하지만 지난 2분기와 3분기 GDP 증가율은 각각 3.1%, 3.3%(전기 대비 연율기준)로 높아졌다.
꾸준한 고용과 강한 주식시장
꾸준한 고용과 용솟음치는 주식시장까지 합치면 경제는 매우 강해 보인다. 지난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4,000을 넘어섰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서만 다섯 차례 새 이정표를 썼다. 지난 1월25일 20,000선을 돌파한 이후 3월, 8월, 10월 1000 단위 심리적 저항선을 잇따라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의 지난 2, 3분기 GDP 증가율이 미국 국내 수요 강세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주로 무역 적자폭 축소와 기업 재고량 증가가 지표를 끌어올렸다. 둘 다 일시적인 효과로 끝날 것이다.
무역과 재고량 효과를 제외한 GDP 증가율은 지난 두 분기 동안 평균 2.4%로, 그 이전 네 분기의 평균 증가율과 비슷하다. 최근의 고용 강세도 2015년 이후로 따지면 둔화되는 모양새다.
주식시장 상승세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상승과 기업의 해외 이익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미국 경제 성장에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 최근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4배로, 올초 16.8배보다 높아졌다. PER이 높을수록 주식시장이 고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우량 기업 가운데 해외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인 곳의 지난 3분기 이익은 1년 전보다 13.4% 증가한 반면 해외 판매 비중이 절반 이하인 기업은 2.3% 느는 데 그쳤다.
순풍 탄 글로벌 경제도 도움
세계 경제는 연중 좋았다. 놀랍게도 경제가 어려웠던 나라가 거의 없었다. 토스텐 슬록 도이치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경기가 수축할 것이라고 예상한 국가가 192개국 중 6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가장 적은 숫자다.
세계의 경제 환경은 미국에 좋은 소식이다. 세계 경제 환경은 기업들의 해외 이익 증가세를 계속 뒷받침하고 미국 경제 성장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BoA메릴린치의 예비분석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법안 통과로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내년 GDP 증가율도 0.3%포인트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효과들은 미국 경제가 건강하긴 하지만 성장 속도가 지금보다 아주 많이 가속화하지는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모든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성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저스틴 라하르트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Economy Has Room To Grow, Here’s Why’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저스틴 라하르트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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