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에도 상설화 밀어붙이는 판사회의

입력 2017-12-04 18:48  

현장에서

사법행정에 참여 정당성 부족
진보성향 인권법연구회 주도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 고윤상 기자 ] ‘판사 블랙리스트’ 사태를 불러온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상설화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4일 네 번째 모임을 열면서 “내년 상설화를 앞두고 임시회 성격의 판사회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사법부는 우리가 접수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게 이 소식을 접한 법조인들 반응이다.

상설화가 추진되고 있는 판사회의는 위헌·위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구다. 설치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인사행정, 재판제도 등을 결정하는 사법 행정권은 헌법상 사법부에 귀속돼 있다. 이는 법관들이 스스로 조직을 꾸려서 사법부 행정권을 행사하는 의미는 아니다. 법관 개인 또는 개인의 합(판사회의)에도 그런 권한은 없다. 대통령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행사의 주체다.

판사회의 소속 법관들은 자신들이 ‘국회의원’ 수준의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수의 행정처 판사들이 행정권을 남용하는 건 괜찮고, 법관 대표들이 행사하는 건 왜 안 되느냐’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며 대법원장까지 압박한다는 시각이다. 소위 ‘진보 성향’ 법관모임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판사회의는 대법원 규칙 제정을 통해 내년 3월부터 상설기구로 출범한다는 구상이지만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 102조 3항은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법원조직법 9조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대상을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법원공무원교육원장, 법원도서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판사회의는 법관들이 모여 사법개혁을 논의해보자며 시작됐다. 하지만 회의가 거듭될수록 개혁의 목적이 모호해지고 있다. 상설기구화된다면 사법부의 지배구조가 집단지도체제와 비슷해질 것이고, 이는 정당성이 취약한 체제일 수밖에 없다. 판사회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숙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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