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광고·판촉비 증가율 매출 2배
중소형사는 마케팅비 축소·경쟁력 약화 '악순환'
국내 게임 업계의 양극화가 주요 게임 상장사들의 마케팅비 집행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 들어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와 함께 마케팅비를 대폭 늘린 반면 중소형 업체들은 돈줄을 바짝 조였다.
5일 엔씨소프트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9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누적 합계는 570억5400만원이다. 전년 동기 190억5700만원보다 199.3%나 증가했다.
이같은 마케팅비용 증가율은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 매출 증가율의 두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1~9월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1조22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32% 늘어났다.
지난 6월 모바일게임 신작 '리니지M' 출시 효과로 매출이 급증한 가운데 마케팅비용이 그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지난 4월부터 공격적으로 광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넷마블게임즈 역시 올해 대규모 마케팅 자금을 풀었다. 3분기까지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누적 합계는 2618억29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9% 증가했다.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관련 비용 지출이 많은 편이다. 모바일게임은 PC게임 대비 상대적으로 마케팅이 작품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반면 중소형 게임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감소세다. 컴투스는 3분기까지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누적 합계가 450억700만원로 전년 동기보다 2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게임빌과 웹젠의 광고선전비도 각각 14.3%, 54.3% 축소됐다.
같은 기간 매출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게임빌이 전년 동기 대비 31.6%, 웹젠이 24.5%, 컴투스가 1.2% 줄었다.
국내 게임 시장이 일부 대형사와 대작 위주로 성장하다보니 중소 게임사들의 마케팅 활동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업체들은 '신작 부재·기존게임 매출 감소→마케팅비 축소→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대형사들은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 입지를 더욱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신작 출시가 잇따라 예정된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가 예상된다.
특히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어 양사 마케팅비도 덩달아 증가할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최근 1~2년간 각 게임사들이 준비한 모바일 MMORPG가 잇따라 출시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소형사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사들의 대규모 마케팅에 맞서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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