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정식 출시 전부터 한국 사용자들에 인기
자발적으로 사용자 그룹 만들고 사용법 익혀
모바일 앱 쉽게 만들어주는 편의성이 인기 요인
서울대·건양대 등 대학에서도 수업 시간에 활용
2011년 노르웨이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퓨즈툴스는 올해 5월 한국지사를 세웠다. 노르웨이 오슬로 본사, 미국 실리콘밸리 지사에 이어 세 번째. 어떻게 노르웨이 스타트업이 한국에 지사를 세우게 됐을까.
최근 한국을 찾은 앤더스 라센 퓨즈툴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사용자들의 뜨거운 열기에 깜짝 놀라 한국지사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퓨즈툴스가 개발해 내놓은 ‘퓨즈’는 모바일 앱 개발도구다. 어려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퓨즈를 쓰면 애플 아이폰용 모바일 앱과 구글 안드로이드용 앱을 각각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 개발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사용자들은 퓨즈툴스가 퓨즈의 시험 버전을 내놓은 초기부터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써왔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퓨즈 한국 사용자 그룹’이 만들어진 것이 2015년 10월7일. 현재 1300여 명이 이 그룹에서 활동하며 한국어 매뉴얼을 만들고,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 퓨즈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라센 CEO는 “어느 나라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많이 내려받는지 봤더니 한국이었다”며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 해외지사를 세운 건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한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퓨즈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는 지난 10월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 2017’에서 기조연설도 맡았다.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 대기업에도 자발적으로 퓨즈를 쓰는 개발자들이 있고, 서울대와 건양대는 수업 시간에 퓨즈를 활용한다. 경상대도 퓨즈 수업을 개설할 예정이다.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라센 CEO는 12살 때부터 코딩을 시작했다. 그는 “그로부터 18년이 지났지만, 개발 도구에 대한 혁신은 거의 없었다”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고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퓨즈툴스를 만들어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창업 전 칩 제조업체인 팔랑스(Falanx)에서 일했는데, 이 회사는 영국 모바일 프로세서 업체인 ARM에 인수돼 이름이 ARM 노르웨이로 바뀌었다. 그는 여기서 그래픽 프로세서(GPU) 설계를 담당했다.
라센 CEO는 “퓨즈를 쓰면 디자이너가 그림이 아닌 코드로 된 모바일 앱을 디자인할 수 있다”며 “이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 갈등을 줄이고 더욱 빠르게 모바일 앱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보통 모바일 앱을 개발할 때 디자이너가 앱의 디자인과 개념을 그려주면 개발자가 코딩해 실제로 작동하는 앱으로 구현한다.
기존엔 개발자가 그림으로 된 디자인을 보고 처음부터 새로 코딩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또 디자이너가 원한 부분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둘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퓨즈는 디자이너가 그린 앱 디자인을 자동으로 코드로 변환해주기 때문에 개발자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퓨즈는 인력이 적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에도 유용하다고 라센 CEO는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 앱의 트렌드가 빨리 바뀌기 때문에 몇 달 걸려 앱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 때문에 큰 기업도 퓨즈를 써보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개발자들이 앞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고, 삼성처럼 뛰어난 기업이 많아 잠재력이 크다”며 “퓨즈툴스는 앞으로 한국지사를 통해 한국이 세계 모바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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