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증시, 내년이 정점 가능성… 경기 하락기 대비해야"

입력 2017-12-05 17:41   수정 2017-12-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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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36년 증권맨'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원화강세 지속·금리인상 본격화
내년 대내외 환경 달라지고 있어

증권사, 리서치 부문 강화 시급
고객 돈 불려주지 못하면 배임
기업 정확히 분석하는 능력 키워야



[ 강영연 기자 ] “경기 사이클 전망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은 내년에 정점을 맞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이후 이어질 경기 하강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퇴임을 앞둔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강한 상승장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 신 사장은 2014년 8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30여 년을 증권사 리서치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환율, 금리, 유가 등 다양한 경제변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고수’로 꼽힌다.

지난 5월에는 자신만의 데이터 분석법을 담아낸 책 《투자의 기초》를 출간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오는 15일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 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임기 3년을 채우고 4개월을 더 했다. 36년 만에 증권가를 떠나게 된다.

신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장을 예측한 대표적인 ‘강세론자’다. 기업 실적 개선, 환율 안정세, 저금리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비관론을 꺼내들었다. 주가지수는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등 대내외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며 “분기별 기업 이익 변화를 면밀하게 따져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사장은 내년 주식시장에서 에너지, 필수소비재, 소재 등의 업종이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경기 확장 시기에 부각됐던 정보기술(IT)과 경기 소비재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2019년부터는 주식시장 전망이 더 어둡다고 했다. 그동안 확장 국면이었던 경기가 내년에 정점을 찍고 꺾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내년을 정점으로 하락 반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사장은 “IMF의 경제 전망이 맞는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와 기업, 정부 등은 경기 하강 국면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증권사들에는 리서치 부문 강화를 주문했다. 기업들이 알리고 싶은 내용을 대신 홍보해주는 게 아니라 회사의 정확한 상황과 미래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강력한 리서치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어제는 좋다고 했다가 오늘은 팔라고 하는 식의 리포트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단기적 시황보다는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멀리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증권사의 연구개발(R&D)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증권사들이 고객이 맡긴 돈을 떼어먹지 않는다고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며 “고객 돈을 불려주지 못하면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후배 애널리스트들에게도 “내공을 쌓으라”고 당부했다. 신 사장은 “법인 영업을 한다고 각종 세미나장을 찾아다니는 시간에 공부해야 한다”며 “실력을 갖추면 고객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두고 그가 관심을 두는 일은 후배 양성이다. 자신이 30여 년간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어서다. 그는 “최근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을 모아 마지막 강의를 했다”며 “퇴임 후에도 금융인들이나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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