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창업국가' 이스라엘 대학의 힘

입력 2017-12-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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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환경 열악한 이스라엘 지난 10년간 50%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대 바라봐

그 바탕엔 도전적 창업생태계 멀리보는 대학정책이 있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



12시간이나 비행해야 도착하는 먼 나라 이스라엘은 당연히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이나 혹은 기댈 것은 인적 자원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유사성도 많이 있다. 두 나라 모두 1948년에 건국했으니 내년으로 70년의 역사를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우리와 달리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민족이 유엔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을 영토로 분할받아 건국했다. 주로 아랍인들이 거주하던 곳이었기에 주변국과의 극심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지도를 펼쳐보면 이스라엘은 삼면이 적대적인 아랍국가이고 한 면은 바다에 면해 있는, 결국은 철저히 고립된 국가다. 그런데 이는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그리고 나머지 한 면에는 국가라고 부르기도 적절치 않은, 어쨌건 매우 적대적인 세력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절박한 주위 환경은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주변 아랍국가들과 열 번 가까이 전쟁을 치렀고 우리도 골육상잔(骨肉相殘)의 6·25전쟁을 겪었다. 빈약한 지하자원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총면적이 경상북도만한 국토에 그나마 3분의 2가 사막인 이스라엘에 비하면 우리는 복 받은 땅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경제는 1960년대부터 우리보다 조금은 앞선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10여 년간에 큰 차이가 생겼다.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2007년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는 2만3000달러였고 이스라엘은 2만5000달러였는데, 2016년에는 각기 2만8000달러와 3만7000달러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동안 20% 성장에 그친 반면 이스라엘은 50%를 기록했으니 우리 사회 및 경제시스템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우리도 지난 10여 년을 이스라엘처럼 성장했다면 이미 일본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우리보다 더 열악한 여건의 국가다. 특히 삼성, 현대 혹은 LG 같이 특정 소비제품을 대량 생산해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대기업은 존재할 수 없는 나라인데, 이는 ‘메이드 인 이스라엘(Made in Israel)’이 찍힌 제품 구매자에게 가해지는 아랍권의 정치적 압박 때문으로 여겨진다. 즉, 이스라엘은 손에 잡히는 제품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력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된 첨단 과학기술에 기초한 도전적인 창업(創業) 생태계는 이스라엘 경제를 견인하는 엔진이다.

이스라엘은 창업국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남자는 3년간 그리고 여자는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우리와 비교해 여러 측면에서 스스로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성숙함을 지닌 듯하다. 이들은 세계를 앞서가는 이스라엘 대학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이라는 어려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히브류(Hebrew)대의 한 실험실에서 시작한 모빌아이(Mobileye)란 벤처기업을 최근 인텔이 무려 17조원에 매수했는데, 바로 이런 것이 이스라엘의 힘이다. 그리고 테크니온(Technion)공과대 졸업생들은 지난 20년간 1600여 개의 기업을 세우거나 혹은 운영하면서 이를 통해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이스라엘에는 모두 60여 개의 대학이 있지만 이 중에서 소위 ‘연구형 대학’은 8곳뿐이다. 국립대학인 이들은 물론 교육부 소속이지만 이를 실제적으로 관리하는 ‘고등교육위원회’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6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달 그곳을 방문했을 때, 위원장은 2021년까지의 인재 양성 계획을 브리핑했는데 2021년 예산이 작년보다 20% 많게 이미 책정돼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감탄과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는 왜 이스라엘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학을 대하지 못할까?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대학 모습을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국가 발전의 요체인 인재 육성에 대해 두 나라 사이에는 매우 큰 인식 차이가 있는 듯하다.

김도연 <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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