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해외현금 1.4조달러
'유턴' 세율 20.5%P 인하
일시 회귀 땐 충격 불가피
[ 뉴욕=김현석 기자 ] 미국의 세제개편으로 애플 등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한꺼번에 미국으로 가져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조달러(약 1082조원)가 훌쩍 넘는 돈을 갖고 들어가기 위해 달러로 바꾸거나 투자했던 채권 등을 팔면 외환·채권시장에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원이 지난 2일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을 보면 미국 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의 환류를 촉진하기 위해 이 돈을 들여올 때 매기는 세율을 현행 35%에서 14.5%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을 통과한 안에는 이보다 낮은 14%를 매기도록 돼 있다.
미국 기업들은 35% 세율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번 돈은 해외에 남겨뒀다. 무디스에 따르면 이런 해외 이익잉여금이 올해 말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오라클 등 5개 테크기업이 이 중 40% 이상을 차지한다. 애플의 해외 보유 현금만 작년 말 기준 2302억달러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해외 현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갖고 있지만 규모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해외 잉여금의 약 20%,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약 40%가 달러가 아닌 통화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유로 엔 등 다른 통화로 된 자산을 팔고 달러로 바꿀 경우 외환시장의 급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WSJ는 잉여금이 투자된 금융상품도 인출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뱅크가 지난해 해외 현금이 많은 미국 기업 12곳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분의 1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 또는 현금등가물’로 갖고 있었다. MMF는 주로 해외 은행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다. 은행채 보유 규모만 2000억달러를 넘는다. 미국 기업들이 돈을 빼면 외국 은행의 달러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또 상당 자금을 미 국채와 회사채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채권도 매도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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