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영 기자 ]
부동산 시장에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10월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중도금 대출 보증 규모가 축소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DSR) 기준이 강화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후속조치 성격의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까지 이어졌다. 신(新)DTI와 DSR 기준이 구체화된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기준금리도 인상기조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투자보다는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자기자본 비중도 높여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저금리 시대 종말… 금융규제 줄줄이 대기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지난 6개월간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왔고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상에 그친 만큼 당장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은의 결정은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알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그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리 인상 변수는 중도금 등 집단대출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재 중도금 대출은 1금융권이 3%대, 2금융권은 4%대 금리로 이뤄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가면서 현장에서는 금리가 이미 오르고 있고 그나마도 금융권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며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중도금 대출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수도권과 투기지역에서 신DTI가 우선 도입되는 점은 또 다른 부담 요소다. DTI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현재 30~50% 수준이다. 신DTI는 현행 DTI와 비교해 비율은 같다. 하지만 분자에서 기존 대출의 원금도 합산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적용하는 만큼 대출 가능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소득을 △안정성 △입증가능성 △지속성 측면에서 파악하기 위해 차주(借主)의 1년치 소득만 확인하던 기존 소득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 2년간 증빙소득을 확인하기로 했다.
아파트 집단대출 중 이미 받은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은 신DTI의 적용을 받는다. 이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은 25년 분할상환을 가정해 계산한다. 다만 내년 1월 이후 신규로 받는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대출 원리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잔금 대출은 개별 주택담보대출과 똑같은 방식으로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한다.
차주의 소득에 비해 금융권 총부채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DSR도 내년 4분기부터 은행권에 본격 적용된다. DSR이 도입되면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금이 얼마 있는지 따진 뒤 돈을 빌려주게 된다. 대출받을 여지가 더욱 줄어드는 셈이다.
가수요 걷혀 실수요자 기회 늘어
금리 인상과 신DTI 등 금융규제가 악재이긴 하지만 청년층 무주택자에게는 청약 당첨의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DTI는 차주의 장래 소득 증가 가능성, 소득 변동성 등을 반영해 연소득을 결정한다. 장래예상소득이 많을수록 DTI를 계산할 때 소득을 더 많이 인정해준다. 지금 상황보다 더 많은 소득을 인정받아 대출 한도를 늘릴 기회도 생기는 셈이다.
신DTI가 시행되면 나이, 주택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장래예상소득을 반영받을 수 있다. 미래소득을 인정받으려면 직전 2년간 증빙소득을 제출하고, 10년 만기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을 받는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층, 신혼부부에게는 미래소득을 일반 대출자보다 더 많이 인정해주기로 했다. 청년층 기준은 만 40세 미만 무주택 근로자, 신혼부부는 결혼 5년 이내인 경우를 뜻한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해 현재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이란 점을 감안해 소득 증가율을 더 높이 반영해 실질적인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방침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내 집을 마련하려는 젊은 직장인은 장래예상소득이 반영돼 대출 가능액이 늘어날 수 있다”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금융규제로 투자수요가 줄어드는 점 역시 실수요자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건설사 마케팅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신DTI 규제 등으로 투자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청약경쟁력은 예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청약가점제 강화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던 30~40대 실수요층이 자금 계획을 탄탄하게 세운다면 청약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아파트 신규 분양 때 최소한 아파트값의 30%는 자기 자금으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공 뒤 실제 입주까지 계획한다면 30% 잔금도 준비해야 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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