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 예산 관할권 다툼 볼썽사납다

입력 2017-12-06 18:01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로 넘기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 기재부와 과기정통부 간 R&D 예산 관할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R&D 예산권을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겠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졌던 과학기술혁신본부 체제를 복원해 노무현 정부 당시로 되돌려 놓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가 예산권을 넘겨받기만 하면 국가 R&D 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투자 성과도 확 달라질 것처럼 주장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를 회상해 보더라도 그렇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그토록 성공적이었고 과학기술계의 지지를 받았다면 쉽게 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과학기술중심사회’를 외쳤지만 정작 중심을 차지한 건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관료였다. 예산권이 정권에 따라 기재부, 과기정통부로 왔다 갔다 한들 국가 R&D 정책이 ‘관(官) 주도’로 간다면 달라질 게 전혀 없다는 얘기다.

내년 국가 R&D 예산은 19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성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연구소, 대학 등 현장에서 일하는 과학기술자가 못나서가 아니다. 관료가 명령을 내리고, 돈을 나눠주는 구조가 문제다. 이런 환경에서 정부가 성공이냐 실패냐만 따지고 있으니 누가 도전적 과제를 하겠다고 나서겠나. 돈은 돈대로 쓰고 성과가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어느 부처가 예산권을 갖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관료가 아니라 과학기술 현장의 민간전문가 집단이 기획을 주도하는 쪽으로 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기재부, 과기정통부는 예산권을 놓고 갈등하기 전에 국가 R&D 정책 실패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부터 하기 바란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