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근방에 도가니탕 집이 하나 있다. 근처에 어머님 모신 사찰도 있고 해서 필자가 점심 때 자주 들르는 곳이다. 늘 손님으로 붐비는 이 집 벽에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남과 같이 해서는 결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적힌 액자다. 국내 모 그룹 창업자의 좌우명이기도 한 이 평범한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과 같이 해서는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변화와 혁신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말이다.
얼마 전 1997년 외환위기 때와 현재 국내 30대 그룹을 조사 비교한 결과가 나왔다. 20년 만에 30대 그룹의 절반이 넘는 19개 그룹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8개 그룹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11개 그룹은 아예 사라졌다. 이 조사 결과가 주는 교훈이 바로 변화와 혁신이다.
과거 이룬 성장 신화와 운영 방식에 도취해 현실에 안주한 기업은 쇠퇴하거나 몰락했다. 달라진 시장과 환경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한 기업은 살아남아 번창했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인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생명공학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기술과 시장은 더 넓은 범위에서 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사람의 의식과 가치관 역시 급격히 바뀌는 중이다. 이런 경영 환경은 변화와 혁신 없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과 번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변화와 혁신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의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일이 혁신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일본의 조직혁신 전문가 이가 야스요는 《생산성》이란 책에서 “생산성 향상에 무관심한 기업이 혁신을 일으키는 기적은 없다. 조직 전체가 생산성 향상을 의식해야만 혁신이 일어나는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생산성 향상은 지금 바로 내가 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적 혁신 기업은 높은 생산성을 추구한 결과물이다. 시대를 앞서간 제품과 비즈니스가 생산성 혁신 과정에서 나타난 산물이다.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지속 성장을 위해선 끊임없이 변하려는 혁신 의지를 조직 안에 심어야 한다. 구성원의 광범위한 공감이 혁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다’는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 원리대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속 번영을 꾀해야 할 것이다.
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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