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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IT과학부 기자)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달 초부터 SBS를 통해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씨(27)를 내세운 평창올림픽 응원 캠페인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김씨가 바이애슬론 등 동계올림픽 종목을 체험하는 내용으로, 영상 말미에는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를 응원합니다’,‘씨유 인 평창(See you in PyeongChang’이란 메시지와 SK텔레콤의 상호 자막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조만간 공중파 방송이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이 영상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 4일과 6일 두차례에 걸쳐 SK텔레콤측에 이 영상이 대회 공식후원사의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침해한 불법 앰부시 마케팅 영상이라며 방영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이 간접적으로 자사 광고나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식 후원사만 사용할 수 있는 올림픽 관련 명칭이나 로고 대신 ‘도전’ ‘승리’ 등 일반 명사를 활용한 응원 마케팅이 대표적입니다.
SK텔레콤은 이번 평창올림픽의 공식 후원사가 아닙니다. 조직위측은 SK텔레콤의 김연아 마케팅 영상의 불법 요인으로 크게 두가지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첫째 ‘2018 평창’ 등 조직위가 상표권 등록을 해놓은 문구를 사용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점, 둘째 영상에 쓰인 ‘씨유 인 평창’이란 메시지가 SK텔레콤의 기업브랜드 홍보 메시지인 ‘씨유 투모로우’와 유사한데다 영상 말미에 SK텔레콤이란 자막이 나와 평창올림픽을 회사 홍보와 직접 연계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방송사들이 공익적인 취지로 기획한 캠페인 영상에 협찬했을 뿐”이라며 “캠페인 말미 회사 로고를 노출한 것도 방송법에 규정된 협찬고지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앰부시 마케팅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모호합니다. 예컨대 ‘2018 평창’이란 단어에 대해 공식 후원사의 독점적 사용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선 법적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조직위 역시 이번 SK텔레콤의 마케팅 영상에 대해 ‘명확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지 않고 ‘불법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습니다.
통신 업계에선 국내 1, 2위 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의 마케팅 신경전이 이번 앰부시 마케팅 논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 통신분야 공식 파트너입니다.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방송·통신망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KT 입장에선 SK텔레콤의 ‘김연아 마케팅’이 올림픽 무임승차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KT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SK텔레콤의 앰부시 마케팅에 ‘한방’ 크게 얻어맞은 뼈아픈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당시 KT가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자 SK텔레콤은 재빨리 국가대표 축구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와 후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Be the reds(비더레즈)’ 메시지와 ‘오~필승 코리아’라는 응원곡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SK텔레콤이 공식 후원사인 KT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5G(5세대 통신) 기술 경쟁을 벌이는 SK텔레콤과 KT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평창올림픽은 방송·통신 분야 첨단 기술력을 뽐낼 최고의 홍보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두 경쟁사의 마케팅 경쟁이 ‘ICT 강국’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끝) /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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