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우연일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일관된 대외 정책을 펼치는 푸틴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을 대내외에 드러내려는 전략이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중동에서 반(反)미 감정이 격화돼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그 공백을 러시아가 메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인근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가즈(GAZ)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대화 중에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저유가와 서방 제재 등 경제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8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가 우크라이나 분쟁과 시리아 내전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강한 러시아’를 부각시키면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대외 정치에서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러시아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對)중동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대선은 내년 3월18일 치러진다.
예루살렘의 지위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하며 사태 추이를 논의했다고 외신 등이 보도했다. 논의 내용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는 7일 동예루살렘을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로, 서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간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일관된 중동정책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웠다고 평가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MEI)의 폴 세일럼 부소장은 “푸틴은 미국과 달리 의회나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는 물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친(親)미 국가들도 자국의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량 감산 연장에 합의하면서 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석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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