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설 정치부 기자) 세계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요즘 자존심을 구기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얘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적잖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연초부터 미 해군의 구축함과 핵추진 항공모함이 충돌 사고를 내더니 요즘엔 미 공군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죠.
먼저 지난 4일 미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1대가 착륙 후 자력으로 격납고로 이동하지 못하고 견인됐습니다. 물론 미 공군은 이는 기체 이상이 아니라 조종사 판단에 따라 예방적 차원에서 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100%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미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당초 두 대가 지난 6일 한국으로 올 예정이었지만 한 대만 한반도로 출동했습니다.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나머지 한 대는 이륙 전 활주로를 지나는 동안 유지보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합니다. 폭스뉴스는 올해 미군의 비행사고가 작년 대비 38% 늘었는데 대부분 일반 작전 중 일어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략상 가장 중요한 해역인 아시아·태평양을 담당하는 해군 7함대는 올 들어서만 다섯 번째 해상 사고를 냈습니다. 충돌사고가 잇따르자 제7함대 사령관이 보직해임됐죠. 스콧 스위프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 전역하기도 했고요.
왜 이럴까요.
우선 과도한 훈련이 이유로 꼽힙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 등에 맞서 대규모 훈련에 너무 자주 투입되기 때문에 피곤하다는 거죠.
둘째는 돈입니다. 폭스뉴스는 “최근 몇 년에 걸친 예산 삭감이 타격을 준 측면이 있다는 게 의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미군의 사고가 미군만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해군과 공군 전략무기를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대북 억지력 차원이죠.
그런데 계속 사고가 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힘을 바탕으로 외교전을 펼쳐 북한을 압박하려 한다는데요. 미군의 사고를 보는 북한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궁금합니다. (끝) /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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