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이 아닌 것 같아요. 그곳에 가면 편안해지는 게 있죠.”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주택가 사이에 있는 ‘라카페갤러리’에서 만난 전나연 씨(33)는 작은 공간의 매력에 대해 “구석진데 아늑하다”고 했다. 그는 ‘가오픈’과 같은 검색 키워드로 새로 선보이는 공간들을 찾아 나선다. “남들에게 덜 알려진 곳을 찾아가는 데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이정민 씨(35)는 ‘핫 플레이스’를 좋아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이 공유되고 알려진 곳을 주로 찾아다닌다.
공간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치 맛집을 찾듯이 좋은 공간을 찾아 나선다. 삶의 위로나 영감을 얻으려는 시도다. 나만의 공간으로 아지트를 삼기도 하고, SNS의 ‘인증샷’ 배경으로 삼기도 한다.
전병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재산을 모으는 일보다 경험을 확장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며 “여행과 관광이 삶에서 중요해지면서 이제는 공간 경험을 부가한다”고 말했다.
2018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도서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키워드가 바로 공간이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나만 아는 휴식 공간을 찾아 나서는 것을 넘어, 독자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다. ‘트렌드 코리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을 뜻하는 ‘케렌시아(querencia)’ 트렌드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난처, 안식처와 같은 침범을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자기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을 꾸민다는 건 나를 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마음의 다락방’을 만드는 셈이다.
특정한 공간은 ‘일탈적 경험’이 가능하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 배회하는 마음을 가져다준다. 어떤 공간은 감성을 자극하고 사고의 틀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뇌과학에서 천장이 높은 공간은 창의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공간은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공간은 기업들의 효과적인 전략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고 했다. 스타벅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교보문고는 책을 파는 공간에서 책을 보며 머무는 곳으로의 공간 변화를 추구했다. 서점은 더 이상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교보문고의 공간 혁신은 큰 테이블을 놓음으로써 서점을 도서관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도서관을 지향하면서 사람들이 책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또 리드한다. 그리고 지금, 다양한 취향의 전성시대를 맞아 우리 주위의 공간들이 분화하고 있다. 공간도 각각의 특색과 색깔을 가져야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됐다
이현주 한경 머니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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