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확보… 생존률 5%↑
[ 박상용 기자 ] 지난달 21일 오후 5시11분께 충남소방본부.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산 나들목에 14t 화물차가 앞서가던 차량 8대를 들이받았다는 사고가 접수됐다. 소방은 즉시 112(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경찰은 순찰차를 급파해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고 소방은 응급차와 구조차를 출동시켜 9명을 구조했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목격자가 112와 119에 따로 신고해야 했다”며 “1년 전부터는 소방과 경찰이 신고를 공유하게 돼 출동 시간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119나 112중 한 곳에만 전화해도 동시에 신고가 접수되는 ‘긴급 신고전화 통합서비스’가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이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소방과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3분30초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 확보가 훨씬 쉬워졌다는 평가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긴급 신고전화 통합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소방과 경찰, 해양 경찰 등 여러 기관의 공동 대응 시간이 평균 3분30초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접수된 긴급 신고 9만3907건을 분석한 결과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고 접수부터 현장 도착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이 7분46초에서 4분16초로 45%가량 줄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교통사고 응급 환자 생존율이 5%가량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긴급 신고전화 통합서비스는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해양신고 전화번호(122)를 알지 못한 단원고 학생이 119로 신고했다가 122로 재연결해 사고 내용을 다시 설명하면서 초기 대응이 지체됐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긴급신고공동관리센터를 만들고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간첩 신고(111), 사이버 테러(118) 등 21개로 나뉘어 운영되던 긴급 신고 전화번호를 112와 119로 통합하고 민원 신고는 110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물론 기존 번호로 신고할 수도 있다.
서비스에 대한 시민 만족도도 높다. 행안부가 지난해 11월 경찰과 소방, 해경 간 공조가 필요한 사고를 신고한 52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7.9점으로 조사됐다. 다만 응답자의 7.6%는 “사고 현장에 대한 위치 파악이 신속하고 정확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안부는 내년 중 사고 현장 피해자나 가해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장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긴급신고통합서비스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적인 서비스”라며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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