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금지약물 약 400가지… '러시아 스캔들'로 기준 강화
인삼 섭취 땐 스테로이드 농도↑… 건강기능 보조제도 조심해야
"도핑 없는 '클린 올림픽' 목표"
[ 박근태 기자 ] 러시아 도핑 스캔들로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까다로운 도핑 방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동계스포츠 왕국인 러시아의 발목을 잡은 건 선수 소변에서 뒤늦게 발견된 미량의 스테로이드 물질이다. 이처럼 스포츠 선수의 소변과 혈액에 포함된 금지약물을 검사할 수 있는 공인된 연구실은 전 세계에 28곳밖에 없다. 각국 공인 연구실을 관할하는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그 수를 줄이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 선진국인 프랑스도 공인 연구실 자격을 잃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8일 공개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공인한 연구실 중 하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처음 문을 연 이 센터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공인 절차를 밟고 있다. 권오승 센터장은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면 올림픽 기간에 3000명에 이르는 선수를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이든 하계올림픽이든 종목만 차이가 날 뿐 선수들이 사용하는 금지약물은 사실상 같다. 근육량을 늘어나게 하거나 혈액 속 산소 운반 능력을 키워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 금지약물인 에리트로포이에틴(EPO·적혈구생성촉진인자)은 마라톤이나 수영뿐 아니라 지구력이 필요한 동계종목 선수들이 복용하기도 한다. WADA가 현재 선수들에게 금지하는 약물은 400가지에 이른다. 올림픽 기간에 메달리스트는 반드시, 일반 선수는 무작위로 도핑 검사를 받는다. ‘샤프롱’으로 불리는 자원봉사자가 선수에게 직접 받는 소변과 혈액이 사용된다. 전체 검사 85%가량은 소변으로 한다. 손정현 선임연구원은 “감기약을 먹으면 소변이 노랗게 보이는데 이는 약물의 대사체”라며 “도핑 약물을 쓸 때도 소변에 섞여 나온 약물의 대사체를 통해 복용 여부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근육량을 키우는 남성호르몬 계열 약물은 소변에서 대부분 검출된다. 도핑 검사 결과는 24시간 이내에 내는 걸 원칙으로 하지만 검사 종류에 따라 48시간, 때에 따라 72시간까지 걸린다.
예전에는 특정 성분의 농도가 기준보다 높은지를 기준으로 약물복용 여부를 가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수 이력과 성적, 최근 기록의 급격한 변화 여부가 기록된 ‘선수생체여권(ABP)’을 정밀 분석해 약물 복용 여부를 가려낸다. 금지약물 복용을 가려내기 위해 탄소 방사성동위원소 변화량 측정법도 사용된다. 인위적으로 적혈구 수를 증가시켜 지구력을 끌어올리는 혈액 도핑도 주목하는 분야다.
평창 올림픽에선 분석해야 할 약물과 대사체 가짓수가 늘었다. 대사체란 약물이 몸 안 세포에서 작용해 만들어낸 물질을 말한다. 일부 약물은 몸 안에서 2~3일이면 사라지지만 길게는 2~3개월 동안 미량으로 몸에 남는 경우도 있다. 권 센터장은 “선수들이 보조제로 먹는 인삼을 섭취하면 스테로이드로 바뀌는 전 단계 물질 농도가 올라갈 우려가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 도핑 디자이너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백질 의약품을 찾아내는 기술을 확보했다. 성장호르몬과 근육 향상 효능을 내는 단백질 의약품은 몸속 단백질과 비슷하고 배설되는 양이 매우 적어 기존 방식으론 약물검출을 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소변시료와 특정 단백질 의약품의 성분에만 달라붙는 항체를 결합한 새 분석 방법을 알아냈다. 전 세계적으로 다섯 곳만 보유한 첨단 분석 방식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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