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 12일 LG그룹 방문
구본준 부회장 등 경영진, 협력업체 대표와 간담회
신산업 투자·일자리 확대…폭넓은 의견 교환할 듯
노무현 정부 초기 이뤄졌던 LG파주공장 규제 완화 같은
'파격적인 조치' 기대감
[ 김일규/이상열/노경목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7개월간 재계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율 인상 등 친(親)노동·반(反)기업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재계는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계와의 만남을 본격화하고 있어 소원해진 정부와 재계 간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호 대화 기업’은 대기업 LG
11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1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구본준 (주)LG 부회장, 하현회 (주)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 및 협력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다.
정부 쪽에선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도 참석한다. 김 부총리가 대기업을 개별 방문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8일 김 부총리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예고한 ‘기업인과의 대화’ 일환이다. 김 부총리는 박 회장과의 만남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벤처창업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중소·중견기업과도 두루 만나겠다”며 “대한상의는 이를 위한 ‘채널’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1호 대화 기업’으로 LG그룹이 선택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방기선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LG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고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에도 앞장서며 혁신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대기업인 데다 오너 최고경영자(CEO)와도 일정이 맞아 처음 간담회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현 정부가 대기업을 배척하고 소통을 안 한다는 인식이 많다”며 “이를 불식시키자는 차원에서 첫 번째 대화 상대로 대기업인 LG를 선택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파격적 규제 완화’ 기대감
김 부총리는 LG 경영진과의 만남에서 신산업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방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2020년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15조원(국내)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태양광, 자동차 부품, 에너지저장장치(이상 LG전자), 그린바이오(LG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LG 경영진은 투자 과정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전달하면서 규제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일각에선 정부와 대기업 간 첫 간담회인 만큼 김 부총리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이뤄졌던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공장 규제 완화와 같은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재벌 특혜 시비 등 부담을 감수하면서 파주 공장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줬고 LG디스플레이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1위 액정표시장치(LCD) 업체로 도약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의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김 부총리와 LG 간담회를 계기로 재계와 정부 간 소통 채널이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의 국정기조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규제 완화 등 다양한 경제 현안을 협의하고 협력을 강화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LG그룹에 이어 다음주에는 자율자동차나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에서 활약하는 중견·중소기업인들과 2차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참가 기업 명단은 대한상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일규/이상열/노경목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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