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산업신용전망 살펴보니…
자동차, 내수·미국·중국시장 고전
건설·조선, 해외 수주 '빨간불'
반도체 등만 긍정적 평가 받아
[ 서기열 기자 ] 내년 국내 자동차와 조선, 건설업 사업 환경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올해 호황을 누린 정유·석유화학 업종도 내년엔 이익 감소를 경험하는 등 산업 전반에서 실적 저하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별 사업 환경과 등급 전망 등을 담은 ‘2018 산업신용전망’을 발표했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전문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연 간담회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업 수요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조선 건설의 내년 사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산업 전반적으로 사업 환경이 올해보다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판매 부진에 계속 몸살을 앓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전문위원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라며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 중국 공장 가동률 급락 등 올해 불거진 악재들을 내년에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지난 3년간 국내 주택경기 호황을 누렸지만 내년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해외 사업에 거는 기대도 낮은 상황이다. 중동 국가 대부분이 현재 유가 수준에선 대규모 사업을 발주하기 어려워서다.
조선업은 일감 절벽에 맞닥뜨릴 것이란 관측이다. 김 전문위원은 “수주잔액이 대략 1년치로 알려졌다”며 “매출은 줄어들고 원재료인 후판 가격은 상승하는 등 우려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도 전반적으로 나빠질 것으로 한국기업평가는 전망했다. 최근 2~3년간 사상 최고 호황을 누린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들은 여전히 긍정적인 사업 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올해만큼 이익을 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디스플레이와 시멘트 업종 실적도 올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 신용평가사의 분석이다. 자동차 타이어 호텔(면세)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긍정적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어두운 사업 환경 탓에 내년 신용등급의 전반적인 방향성도 하향 추세로 예상했다. 전체 23개 분석대상 산업 가운데 ‘긍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 산업은 석유화학과 반도체 둘뿐이다. 조선 호텔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도시가스 해운 등 6개 산업은 부정적으로 분류하며 하향 가능성을 예고했다. 나머지 15개 산업은 ‘중립’으로 평가했다. 김 전문위원은 “삼성중공업이 거액의 손실을 발표하는 등 조선업은 여전히 하향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도 산업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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