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내년 초 가상계좌 폐쇄
신한은행 "폐쇄쪽으로 검토 중"
농협은행 "규제수준 보고 결정"
'발등의 불'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자 피해 최소화할 것"
[ 이현일/정지은/윤희은 기자 ]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필수적인 자금이체 가상계좌를 줄줄이 폐쇄키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 가상계좌가 사라지면 가상화폐 매매가 상당히 불편해지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경우에 따라선 마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코빗, 코인플러그, 야피안 등 가상화폐 거래소 세 곳의 가상계좌를 연내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업체들에 관련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맺은 가상계좌 관련 계약뿐 아니라 가상화폐와 관련된 모든 계약을 파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가 사행성 거래로 전락하면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은행의 신뢰도도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내년 1월 코인원과의 가상계좌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금융 거래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차원”이라며 “각종 부작용이 심각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상화폐와 관련해 국책은행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신한은행도 가상화폐 관련 가상계좌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현재 빗썸 등 기존에 계약을 맺은 사업자의 가상계좌는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사업자의 신청 건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정부 방침에 맞춰 가상계좌 폐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운영 중인 가상화폐 관련 계좌 외에는 추가로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업비트와 계약을 맺고 가상계좌 100만 개를 터준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업비트와의 계약 해지 여부는 정부의 규제 대책 등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대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코빗 관계자는 “우리은행 가상계좌가 폐쇄될 경우 계약을 맺고 있는 신한은행에 가상계좌를 더 터줄 수 있는지 타진할 것”이라며 “어떻게든 회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최악의 경우 자체 법인계좌를 통해 입출금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이 거래소 자체 계좌에 입금하면 거래를 위한 전자지갑을 터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은행 가상계좌를 통하는 방식에 비해 실시간 입출금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거래소가 고객 돈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이 가상계좌를 터주지 않는다면 거래가 급속도로 마비될 공산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농협은행은 오는 15일께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가상화폐 관련 계좌를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빗썸과의 계약을 해지, 관련 계좌를 모두 정리했고 KEB하나은행은 지금까지 가상화폐 거래소와는 제휴를 맺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제휴를 맺을 계획이 없다.
이현일/정지은/윤희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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